국제 정치·사회

호주 공영방송 "호주의 날은 백인 처음 도착한 침략의 날" 파문

호주 ABC방송, 1월 26일 '호주의 날'은 '침략의 날'도 된다는 글 실어

정부 "폭넓은 지지·이해 받고 있다" 비판…계속된 반발에 단어 삭제

지난해 1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침략의 날' 시위가 열렸다./연합뉴스=EPA지난해 1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침략의 날' 시위가 열렸다./연합뉴스=EPA




호주 공영 ABC 방송이 백인들이 호주에 처음 도착한 1월 26일을 기념하는 '호주의 날'은 '침략의 날'(Invasion Day)도 된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실었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25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전날 오전 ABC 방송은 공식 홈페이지에 1월 26일 '호주의 날' 행사를 안내하는 글 제목에 '호주의 날/침략의 날 2021'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는 영국 1함대가 처음으로 호주 시드니 록스 지역에 상륙한 1788년 1월 26일이 토착 원주민 입장에서는 국경일이 아니라 '침략의 날'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ABC 방송의 글 본문에도 "1월 26일은 국경일이면서도 또한 고대 문화의 식민지화에 대한 슬픔의 날"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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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에 알려지자 ABC 방송에 대한 정부의 비판이 쏟아졌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데이비드 엘리엇 경찰 장관은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호주 국경일의 명칭은 폭넓은 지지와 이해를 받고 있다"면서 "'침략의 날'을 '호주의 날'과 병행해서 사용하자는 ABC 방송의 제안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폴 플레처 연방 커뮤니케이션스 장관도 "'호주의 날'이라는 명칭은 법률에도 포함돼 있고 대다수 시민이 평상시에 쓰고 있다"면서 "편집의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류를 수정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BC 방송은 "'호주의 날'을 기본 명칭으로 쓰면서 이를 '침략의 날'과 '생존의 날'로 여기는 견해도 반영하려고 했을 뿐"이라면서 "방송사 직원들에게 어느 하나만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해명했으나 비판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전날 오후 ABC 방송이 문제의 글 제목에서 '침략의 날'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호주의 날'은 많은 이들에게 논란거리"라는 내용을 추가함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편 호주 원주민 단체들과 지지자들은 1월 26일 시드니와 멜버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침략의 날' 시위를 열 계획이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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