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보수의 유연성…강원택 “변화 거부 대신 질서 있는 변화 이끌어야”

강원택 서울대 정외교수, 국민의힘 초선모임 강연

영국 보수처럼 시대적 변화 포용해 질서 만들어야

한국 보수, '박정희 없는 보수'에 대해 대답 못해

당 조직 강화, 청년보수 운동, 정책 변화 제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성형주기자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성형주기자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7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에게 “보수당이 계속 권력을 잡으려면 시대적 요구에 대답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시대 정신으로 ‘포용력’과 ‘유연성’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적응해야 한다”며 “보수당이 권력을 잡으면 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질서 있는 방식으로 변화를 끌고 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영국과 프랑스의 보수 역사를 비교하면서 “질서 있는 변화를 위한 유연성과 시대적 포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귀족 사회는 변화에 둔감하고 억압적이었다. 혁명을 맞고 질서 자체가 통째로 무너졌다”며 “그런데 영국은 타협을 했다. 새로 등장한 자유주의 기반의 상공업자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 사람들을 당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영국은 300년이 지났지만, 국왕이 존재하고 귀족을 대표하는 상원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보수 세력이 '우리는 기존 질서에서 한 걸음도 안 가겠다' 했으면 프랑스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 교수는 한국의 보수당이 영국 보다 프랑스의 사례와 더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등장 이후 보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보수는 그때 이후 아직도 그 도전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아가 촛불 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보수에 큰 과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보수의 출발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며 “이런 저런 평가가 있지만 기본적인 교육, 공무원 행정, 군, 경제 구조 모두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졌다. 국력 성장의 중요한 기반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게 계속 이어질 수 없다”며 “국민의힘이든, 자유한국당이든, 새누리당이든 '박정희 없는 보수'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잘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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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정치외교학과 교수./성형주기자강원택 정치외교학과 교수./성형주기자


강 교수는 보수가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당 조직 강화다. 강 교수는 “영국 보수당은 권력을 빼앗긴 후 100만 파운드 모금 운동을 벌인다”며 “돈을 왕창 받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일단 넓혀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실제로 그 운동과 함께 당원 수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청년보수당 운동이다. 그는 “하나는 청년보수의 조직화에 대한 작업,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당원 교육”이라며 “당 정체성 강화를 위한 이념 교육 강화”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예시로 영국의 ‘보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쉽게 쓰여진 책이고, 새로운 상황에서 보수가 무엇인지를 전파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변화를 강조했다. 강 교수는 “당시 ‘베버리지 보고서’가 상당히 국민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며 “전쟁 직후 어려운 상황에서 영국 보수당 내 뛰어난 인물들이 나와서 산업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이런 시대적 변화(베버리지 보고서)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1942년 발간된 베버리지 보고서에는 영국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개념을 제시한 복지국가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

강 교수는 “현재 상황으로 보면 여당은 싫고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잘 못한다고 해서 그게 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근본적·상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걸 당 내에서 얼마나 단합된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변화하지 않는 한국 보수당의 행보를 지적하며 “2020년 총선까지는 이 연장선에서 읽어야 한다. 벌 받은 것”이라면서도 “그와 관련한 정산이 끝났기에 보수는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전망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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