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소통 능력자가 온다

정영현 문화레저부 차장





서울 도심의 대형 영화관. 상영관 앞에서 입장권을 확인하던 젊은 직원도, 관객 퇴장 후 빈 음료 컵과 팝콘 통을 정리하던 고령의 직원도 보이지 않는다. 사라진 직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해 자발적으로 일터를 떠난 것이라면 좋으련만, 이토록 힘겨운 시대에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직원도, 관객도 드문 상영관 사이를 오가는 안내 로봇의 움직임이 무심하게 느껴질 뿐이다.

일시 중단과 무기한 연기가 반복되고 있는 공연장의 공기도 무겁다. 유명 배우나 공연자가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될 때마다 관객들은 짧게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무대 뒤편의 스태프들은 공포와 절망이 뒤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관광 업계는 이미 초토화됐고 체육계는 출전 일정을 알지 못하는 선수들의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모든 게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분야다. 겉으로는 방탄소년단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영화 ‘기생충’의 성과가 눈부시게 빛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 문체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다. 우아하게 보이지만 수면 아래의 다리는 이미 마비된 백조가 힘없이 떠 있는 호수 같은 곳이라고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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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지난 20일 문체부 장관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정된 인사였지만 호명된 이는 의외였다. 그간 하마평에 오르내린 적이 없었던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 수장으로 전격 내정됐다.

인사 발표 직후 문체부 안팎에서는 새 장관 후보자와의 인연 찾기에 몰두했다. 문화·예술, 출판, 미디어, 종교, 관광, 게임, 체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부처 소관 분야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혹시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부처 이름이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뀐 2008년 이후 부처를 이끌었던 장관은 모두 8명. 이들은 모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문체부와 뚜렷한 인연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장관 후보자에게서는 아쉽게도 그러한 인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답은 청와대가 직접 내놓았다. “당의 홍보위원장으로서 정책과 소통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게 청와대가 설명한 발탁 배경이었다. 인사 발표 후 민주당 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지만 한 친문계 의원은 “문체부 장관이 소통만 잘하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당이 모두 소통을 자신하는 것을 보니 새 장관 후보자는 필시 ‘소통 능력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누구와 무슨 소통을 의미하는 것일까. 괜한 궁금증일까. 높고 빛나는 곳이 아니라 낮고 약한 곳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뜻을 이해하는 소통 능력일 것이라 믿어본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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