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산업생산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매판매액은 카드 대란으로 한국 경제가 홍역을 앓았던 지난 2003년(-3.1%) 이후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 경제가 그나마 반도체와 부동산·증권시장 활황 덕분에 지수 감소 폭을 어느 정도 방어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생산 감소의 영향이 컸다. 서비스업생산은 2.0% 감소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매출이 급감한 숙박·음식점(-18.5%), 운수·창고(-14.2%), 예술·스포츠·여가(-33.0%) 등의 감소 폭이 컸다. 반면 부동산(5.6%)과 금융·보험(14.0%) 등 부동산 및 증시 관련 서비스 부문 생산은 증가해 코로나19에 따른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제조업생산은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덕분에 0.5%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경제’ 활성화로 관련 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반도체생산이 전년 대비 23.9%나 급증했다. 기계장비도 5.5% 증가했으며 자동차는 10.2% 줄었다.
다만 제조업 경기는 불황을 보여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3%로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67.6%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위축 여파로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0.2% 줄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재정을 활짝 풀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불경기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세제 혜택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10.9%) 판매는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12.2%)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0.4%) 판매는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관광객 급감으로 면세점 소매판매가 37.5% 줄었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반도체 부문 투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6.0% 늘어난 반면 건설 업체의 실제 시공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2.3% 줄었다.
한편 지난해 12월 한 달간 생산·소비·투자는 전달 대비 ‘트리플 증가’를 기록하며 올해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증가했으며 소비(0.2%)와 투자(0.9%)도 늘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 상승했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상승세는 7개월 연속 이어져 2016년 11월부터 9개월 연속 상승한 후 최장기간 연속 상승 기록을 이어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12월 전산업생산은 두 달 연속 개선 흐름을 이어나가는 등 코로나19 3차 확산에도 산업생산이 증가하며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간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앞선 두 차례 확산기(2020년 2월과 8월) 당시 전산업생산이 모두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 경제의 회복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