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꼬마빌딩’은 몇 개월 새 수십억 원이 올라도 금세 팔리고 있습니다. 강남 고가 주택은 규제가 많아져 자산가들이 투자 선택지로 삼기에 부적합해지다보니 시중 자금이 빌딩 시장으로 몰리는 겁니다. 지금은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습니다.”(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 현금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이 빌딩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빌딩 시장은 매물을 찾기가 어려운 매도자 우위 시장입니다.”(이재국 리얼티코리아 팀장)
1,000억 원 미만인 이른바 꼬마빌딩 시장의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경기 침체 등으로 상가 공실률이 치솟고 있지만 자산가들은 주택 규제도 피하고 화폐가치 하락에도 대비하기 위해 중소형 건물 매입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급증한 중소형 빌딩 매매 거래가 4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 전체 꼬마빌딩 거래액이 10조 원을 돌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빌딩시장서도 3040 개미의 힘, 연 10조 원 첫 기록=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및 정보 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000억 원 미만 중소형 빌딩 매매 금액은 10조 100억 원을 기록했다. 꼬마빌딩 거래액이 연간 10조 원을 넘어선 것은 리얼티코리아가 관련 데이터를 작성한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2019년 거래액(7조 3,400억 원)과 비교해도 무려 37%가 상승한 금액이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중소형 빌딩 거래 시장은 2018년 9조 3,200억 원까지 성장했다가 2019년 7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2분기까지만해도 분기 거래량이 1조 원대로 2019년보다 오히려 적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3분기 중소형 빌딩 거래 규모는 3조 1,700억 원으로 사상 첫 3조 원을 돌파하더니 4분기에는 3조 6,300억 원으로 더 올랐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3분기 이후 3040세대 개인 투자자의 진입이 두드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2분기 연령별 꼬마빌딩 매입 건수를 보면 50대가 45명으로 가장 많았다. 40대(37명), 60대(20명), 30대(18명), 70대(10명) 등의 순이었다. 3분기에는 40대가 86명으로 50대와 같은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30대도 73명으로 60대를 앞섰다. 이 같은 추세는 4분기에도 비슷하게 이어졌다.
◇현금가치하락·주택규제 피한 돈의 이동=지난해 3분기 이후 꼬마빌딩 시장에 투자자와 자금이 몰린 직접적인 계기는 주택 시장 규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에 이어 7·10 대책까지 발표되면서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가들이 ‘강남 주택’ 대신 빌딩을 투자 대상으로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안 부장은 “15억 원 초과 고가 주택의 경우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되지 않고, 전세를 끼고 사더라도 보유세 강화 때문에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자산가들이 많다”며 “반면 빌딩은 신용이 좋은 개인 사업자의 경우 전체 투자금의 80%를 대출받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효과를 고려해 빌딩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은 주택 시장의 이른바 ‘패닉바잉’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아니라 규제와 금리, 현금 가치 하락 등 시장 변화에 따른 전략적 판단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팀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빌딩 시장에서 나타난 주요한 특징은 현금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에서 투자에 나선 자산가가 많다는 점”이라며 “통상 임대 수익률 3.5% 선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4분기부터는 2%대의 대출 이자만 낼 수 있을 정도의 수익만 나오면 건물을 매입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꼬마빌딩의 열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에는 3기 신도시 등에서 50조 원의 토지보상금까지 풀리기 때문이다. 안 부장은 “토지보상금은 인접 시군구에 다시 투자할 경우 취득세를 감면받는다. 하남에서 받은 토지보상금은 강동까지 투자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올해는 꼬마빌딩 시장에 토지보상금 수요까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