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불확실성의 시대, R&D가 미래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뜨겁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하고 동학 개미를 주축으로 주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갈 곳 잃은 자산이 몰리는 형국이라 하지만 조선·기계 등 산업재와 건설주·금융주가 주력이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최근 상승을 이끄는 업종은 삼성전자·네이버·LG화학·현대자동차·셀트리온 등 기술주가 중심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린 기업들이다.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LG디스플레이·기아자동차 등 6개 기업의 R&D 투자액이 국내 대기업 R&D 투자액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네이버·한미약품·셀트리온 등은 매출 대비 R&D 비중이 높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던 정보기술(IT) 분야와 K방역으로 명성을 알린 제약·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R&D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런 노력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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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글로벌 가치 사슬 와해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가는 환경에서 R&D가 미래 먹거리 창출의 근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63년 12억 원에 불과하던 국가R&D는 이제 10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R&D는 2019년 기준 89조 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R&D 비중은 4.64%로 세계 2위 수준이다.

국가R&D 100조 원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견인해왔다. 정부 정책과 투자의 연계를 통해 전략성을 강화하고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했을 때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큰 ‘혁신도전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에 대비했다. 국가R&D 100조 원 시대를 앞두고 여기에 더해 민간 부문과의 협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민간 부문과의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와 소통을 바탕으로 민간의 수요를 파악하고 R&D 기획 단계부터 민간의 참여를 확대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시장에서 바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애로 사항을 단번에 해결하는 원스톱 방식을 도입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력을 높일 필요도 있다. 통상 18개월이 걸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을 8개월 단축한 미국의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 사례를 눈여겨봄 직하다.

국가 차원에서 R&D의 방향성을 살펴보고 각 부처가 효율적으로 민간 부문과 협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의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주요 기술 분야별로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둬 국가 차원의 R&D를 진단하고 처방하게 하면 어떨까.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경제는 멀게만 느껴지던 4차 산업혁명 도래 시점을 바짝 앞당겼다. 폭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각국의 인공지능(AI) 개발과 디지털화는 숨 가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5세대(5G)·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선진국 간의 기술 패권 전쟁도 소리 없이 치열하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가 희망을 걸 곳은 다시 R&D다. 어려울 때일수록 R&D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왔던 우리나라다.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은 기본이다.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을 조기에 극복하고 재도약의 버팀목으로 삼았던 K-R&D의 저력을 다시 한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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