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일하는 공적연금 수급자, 국민임대 '그림의 떡'

국민·장애인·노령연금도

소득에 포함시켜 계산

月 최저임금만 받아도

기준 초과로 지원 불가

주거 취약층 되레 소외


#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월 30만원 가량의 장애인연금 때문에 국민임대주택 도전을 사실상 포기했다. A씨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 180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데 여기에 장애인연금을 더하면 국민임대 신청이 가능한 도시근로자 가구원별 월평균소득의 70%(185만여원)를 훌쩍 넘는 ‘고소득자’가 되기 때문이다. A씨는 “주민센터에 문의해봤지만 일을 포기하거나 장애인연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금 기준으로는 신청할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공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오히려 입주가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위한 소득기준을 기존 ‘3인 이하’에서 1, 2인 가구로 세분화한 여파로 정작 주거복지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소외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층에 주거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장애인연금이나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등 각종 공적연금을 소득에 포함시켜 계산하다보니 오히려 주거취약계층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하는 국민임대주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70% 이하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최대 30년 임대하는 공공주택이다. 1인 가구 기준으로 하면 월 185만1,603원이다. 올해 최저시급 8,720원으로 하루 8시간씩 주5일 일한다고 계산했을 때 월급인 182만2,480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우선공급 혜택을 받는 월평균소득 50%(월 132만2,574원) 이하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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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수요자들도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노인과 장애인 등 진짜 주거취약계층에서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임대 신청자의 소득을 파악할 때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등이 포함되다 보니 연금 수급에 더해 근로소득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은 월 30만원 수준이다. 은퇴 후 홀로 사는 60대 아버지를 위해 국민임대 신청 준비를 하고 있다는 한 직장인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합쳐 50만원이 조금 넘는데, 소득 50% 구간을 맞추기 위해 아버지가 지금 하는 일을 더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 3월부터 1·2인 가구가 ‘3인 이하 가구’ 소득기준이 아닌 개별 소득기준을 적용받게 되면서 더 크게 불거졌다. 정부는 저소득층을 우선 지원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1~2인 가구의 소득기준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개선할 방침이지만, 연금 수급자인 수요자들은 “공적연금은 소득 계산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금 소득을 소득기준에 반영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청원글도 올라온 상태다. 한 전문가는 “저소득층을 위해 가구 기준을 1, 2인으로 세분화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주거 복지가 필요한 계층에 대한 부작용은 서둘러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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