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다. 10년 전보다 환자 수가 4배 많아졌다. 가파른 속도다. 국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 세계가 치매 치료제 개발 경쟁에 매달리는 이유다.
국내서 치매 치료제 개발에 한발 다가선 바이오 스타트업이 있다. 뉴로바이오젠이다.
뉴로바이오젠은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라고 분류되는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도 크다.
뉴로바이오젠은 환자 뇌의 성상교세포(astrocyte)로부터 알츠하이머 원인을 규명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유력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김상욱(사진) 뉴로바이오젠 대표는 31일 서울경제와 만나 “알츠하이머 환자의 성상교세포에서 과발현되는 마오비(MAO-B)를 동물 실험해 봤는데 기존 치료제보다 약물의 선택성이 1만 배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작용이 가장 적으면서도 장기간 꾸준히 질환이 개선될 수 있는 유력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로바이오젠는 후보 물질(세레마비·SEREMABI·KDS2010)에 대해 특허를 냈다. 지난 2014년 KIST가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가 억제성 신경 전달 물질인 가바(GABA)를 생성·분해하면서 기억력이나 인지 장애를 발생시킨다는 최고의 연구 결과가 계기가 됐다. 그해 네이처 메디슨에도 발표됐고, 시간이 흘러 2019년에는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성상교세포에 작용하는 신물질 '세레마비'를 치매 쥐에 실험한 결과가 실렸다. 약물 적합성 검증에서는 다른 신경계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높은 효율로 성상교세포에 전달됐다. 김 대표는 "그동안 단기 효과에만 그쳤던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달리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게 특징"이라며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뇌 신경의 퇴화 진행을 멈추거나 지연 시킬 수 있는 근원적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레마비'는 알츠하이머에 이어 뇌졸중, 척수손상, 외상성 뇌손상, 파킨슨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국제 학술지 셀의 온라인 자매지에 ‘세레마비’의 뇌졸중 치료 효과를 실은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외상성 뇌손상 치료제로 특허 출원도 추진중이다.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 시장은 34조 원에 달한다. 외상성 뇌손상 치료는 123조 원, 척수손상 치료 시장은 3조 원이다. 뉴로바이오젠이 신약 물질 개발에 성공하면 160조 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전세계 유력 제약사들이 도전하고 있는데 무명의 한국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글로벌 제약 산업에 몸담았던 김 대표는 "신속하게 신약 개발을 마치겠다"는 말로 여러 논란을 일축했다.
뉴로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전임상 시험을 마치고 올해 임상 시험 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뒤 내년 임상 1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알츠하이머와 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제 임상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일부 신약 개발 회사처럼 후보 물질의 숫자에 집착하거나 기업 공개(IPO)를 통한 투자 유치보다 신약으로 완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