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은 지난 2017년 정부가 제시한 ‘공공 기관 민간 위탁 기관의 정규직 추진’ 약속을 지키라며 1일 파업에 돌입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고객센터 직원과 건보공단 노조 양측이 합의해 오면 그에 따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고객센터 직원들과 건보공단 노조 간 ‘노노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어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양측이 평행선을 이어가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불편은 고스란히 고객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파업에 나선 고객센터 직원들은 재난 상황에서 사회 기능을 유지하는 ‘필수 노동자’다. 지역건강보험료 조정과 임신·출산 진료비 등에 대해 상담하는 게 주요 업무다. 지난해 10월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담 전화 1339 업무도 일부 담당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건보공단과 계약을 맺은 민간 위탁 운영사들에 소속된 노동자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건보공단 고객센터처럼 민간 위탁 기관에 소속된 직원들도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민연금공단·근로복지공단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번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은 공단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외부 민간 기관의 정규직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요구라는 목소리가 높다. 건보공단은 이미 파견 용역(1단계)과 자회사 직원(2단계) 등에 대한 정규직화를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위탁 업체 직원의 직고용까지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극심하다. 일부 건보공단 직원들은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민간 기업 직원을 공기업에 직고용해달라는 요구에 ‘정규직 전환’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며 강력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건보공단 노조 집행부의 경우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고용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을 정도다.
노노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이 떠안고 있다. 고객센터 전체 직원 중 절반가량인 700여 명은 정상 근무를 하고 있지만 매달 첫 주는 전월 건보료 납부 문제로 고객센터 문의가 많은 시기라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파업은 오는 9일까지 이어질 예정인 만큼 고객 불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1만 6,000여 명에 이르는 건보공단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공단 노조와 상담사 노조 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우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700여 명의 비노조원이 상담을 하고 넘치는 상담은 전화한 가입자가 속한 지사로 전환돼 공단 직원이 직접 상담하는 방식으로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며 “공단 내부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