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A는 고가 아파트를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으면서 해당 아파트에 담보된 아버지의 금융채무까지 인수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채무 상환 내역에 대한 부채사후관리를 실시한 결과, 증여받은 이후에도 금융채무와 관련된 이자 및 원금을 아버지가 계속 상환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자녀가 실제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음에도, 인수한 것으로 가장해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판단, 수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대학생 자녀 B는 부동산 임대업자인 아버지로부터 시가 십수 억원의 수도권 소재 아파트를 증여받고 증여세, 취득세 등 수억 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B는 고액의 주택 유지비용 및 관련 세금을 납부 할 만한 자금 원천이 확인되지 않아 아버지로부터 관련 비용을 편법 증여받은 혐의로 과세당국의 세무검증을 받게 됐다.
#최근 아버지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고 증여세를 신고·납부한 C는 9년 전 아버지에게 비상장법인 발행주식을 증여받은 내역을 합산하지 않았다. C는 비상장주식 가액과 부동산 가액을 합산해 세액을 재계산하고, 증여세 수억 원을 추가로 냈다.
국세청은 2일 증여주택의 ‘취득’부터 ‘증여’ 및 ‘그 이후’까지 증여 전후 과정을 분석해 세금을 변칙 탈루한 혐의자 1,822명을 세무검증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주택 증여세 신고 시 다른 증여재산 합산을 누락하고 증여재산공제를 중복 신고한 불성실 신고 혐의자가 1,176명이다. 증여세를 계산할 때는 10년 내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다른 증여재산가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합산해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제외한 ‘재차증여 합산누락’ 사례다.
유사매매사례가액 등 시가로 신고하지 않고 공시가격으로 저가신고·무신고한 자는 531명이다. 아파트 등을 증여받고 경제적 실질가치가 반영된 ‘시가’로 신고해야 하는데 증여세를 낮출 의도로 공시가격으로 과소신고 한 것이다.
주택을 증여한 증여자와 그 배우자 등 당초 주택취득 관련 자금출처 부족 혐의자는 85명이다. 국세청은 증여자와 그 배우자까지 분석 대상을 확대해 주택 취득부터 증여까지 과정에 대한 자금출처를 검증하고 사업자금 누락 혐의 시 동시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일례로 사회초년생인 자녀가 대형마트 2곳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주택 및 아파트 분양권을 증여받았으나 아버지는 매출누락, 가공경비 계상 등 부당한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해 당해 주택 및 분양권을 편법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 법인세 통합조사와 함께 아버지의 자금출처 조사까지 동시에 착수했다.
또 주택을 부담부 증여로 받은 후 고액 임대보증금 등을 자력 없이 상환하고 자가 거주하거나, 증여세·취득세 등 주택보유비용까지 부모가 대리 상환한 편법증여 혐의자 30명도 검증대상에 올랐다. 부담부 증여란 배우자나 자녀에게 부동산 등을 줄 때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포함해서 물려주는 것을 뜻한다. 이들 부채는 증여세를 산정할 때 제외되고, 채무금액 만큼은 증여자가 양도소득세를 납부한다. 이들 30명은 주택 부담부 증여를 신고한 후 금융채무를 부모가 대리 상환하거나 부모로부터 채무를 면제 받았다. 한지웅 국세청 상속증여세과장은 “주택을 증여받은 연소자 중 뚜렷한 자금원천 없이 증여세, 취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담하고 있어 주택보유에 따른 각종 비용을 부모로부터 편법증여 받은 혐의자가 있다”며 “이번 세무검증 대상자 중 주택취득 자금출처 부족, 부담부 증여를 이용한 편법증여 혐의자 등은 세무조사를 통해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주택 증여와 관련된 변칙적 탈루에 칼을 뽑은 배경은 지난해 주택 증여가 15만2,00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만5,000건이던 주택 증여는 2016년 8만1,000건, 2018년 11만2,000건에서 지난해 징벌적 과세 영향으로 급속도로 많아졌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6만건에서 하반기 9만2,000건으로 정부가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8월 이후 급증했다. 국세청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여주택의 ‘취득’, ‘증여’ 및 ‘그 이후’까지 주택 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탈루행위를 지속적으로 철저하게 검증해 성실신고 문화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통해 시가를 반영하지 않은 저가신고와 10년 내 다른 증여재산의 합산신고 누락 등 불성실 신고행위를 차단하고, 채무를 활용한 부담부 주택 증여에 대해서는 채무의 자력 상환 여부를 끝까지 추적해 철저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