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심층분석] 공급 < 수요...LCD값 껑충·MLCC도 인상 예고

■전자업계 전방위 가격상승 조짐

삼성D·LGD 생산 줄이는데

코로나19發 TV수요 급증

첨단제품 일수록 진입벽 높아

생산 규모·시기 놓고 신경전






전자 업계에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PC용 D램(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이 전달보다 5% 가량 뛰었고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도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올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이 못 미치면서 핵심 전자 부품들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모습이다.

3일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월 LCD 패널 가격은 32인치부터 65인치까지 모두 3~5%가량 상승했다. TV의 주요 평형대인 55인치(오픈셀 기준) 가격은 전달 175달러에서 182달러로 4% 올랐다.
TV용 LCD 패널 가격 상승은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부터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TV를 찾는 수요가 늘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LCD 패널 공급 부족과 관련해 아무리 기업들에 수요 공급 예측 노하우가 축적돼 있어도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등이 그런 요인이다. 특히 빠르게 바뀌는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언제 갑자기 새로운 고객사가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플랫폼의 부상과 비트코인 채굴 열풍이 들이닥친 2018년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바로 그 예다.



시장 참여자가 적은 분야에서는 눈치 게임이 벌어진다. 첨단 제품일수록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전세계 플레이어가 손에 꼽힌다. 이 때문에 서로의 생산 능력, 고객사 확보 등에 대해 점점 더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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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의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대표적 예다. 파운드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 금액과 규모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에 TV용 LCD 패널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초 이를 뒤집고 중단 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 모두 언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할지 뚜렷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두 회사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와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 부품 업계는 심리전이 치열하다”며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생산 중단을 선언한 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한 뒤로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부족 현상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와 생산 부족이 겹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파운드리 ‘큰 손’인 삼성전자와 TSMC에 눈길이 쏠렸다.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반도체 업계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 호황)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외면하면서 생겨났다.

완성차 업계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공급을 늘려 수요에 대응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 라인 하나를 늘리는 데만 막대한 투자 금액이 드는 전자 업계 특성상 쉽게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고 실제 생산까지 이어지는 데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진제공=삼성전기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진제공=삼성전기


올 한 해 가격 상승이 예고되는 MLCC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부품이다. 스마트폰에 1,000개, 전기차에 1만5,000개 정도의 MLCC가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들은 공급 확대를 위해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 세계 1위 MLCC 업체인 일본 무라타는 최근 "휴일도 쉬지 않고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스마트폰용 첨단 MLCC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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