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곳간 열쇠의 무게

박효정 경제부





“정부는 재정 건전성의 확보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국가재정법 16조 1항의 내용이다. 예산의 원칙을 규정하는 국가재정법 16조에서도 가장 먼저 나오는 키워드는 ‘재정 건전성’이다. 국가 재정을 관리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우선적으로 새길 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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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가 지난 2일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여당에 반기를 든 것은 ‘곳간지기’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홍 부총리가 지난달 여당의 자영업 손실보상제, 이익공유제 입법 추진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제동을 건 것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일을 하는데도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했다고 한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것은 기재부라는 조직을 위한 일이 아니다. 복지 체계를 갖추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서구 국가와 달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우리나라의 고령화에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고령화로 인한 지출 압력하에서 (한국의) 높은 부채 수준은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오는 2024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에 근접한다. 올해 100조 원 이상의 슈퍼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채무비율은 50%를 훌쩍 넘게 된다.

홍 부총리는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의 심정으로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직을 내놓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런 홍 부총리를 향해 “곳간지기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 말이 곳간 열쇠를 내놓으라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홍 부총리가 무거운 곳간 열쇠를 뺏기지 않기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를 포함한 많은 국민이 바랄 것이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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