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고문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낙동강 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피해자 두 명이 재심 결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이후 31년 만이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곽병수)는 4일 강도 살인 피의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 복역 후 모범수로 출소한 최인철(60)·장동익(63) 씨가 제기한 재심 청구 선고 재판에서 강도살인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최 씨에 대해서는 공무원 사칭에 대해 일부 유죄 취지로 6개월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체포 과정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이뤄졌고 수사 과정에서 고문 행위도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당시 수감된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인정된다”며 “고문과 가혹행위로 이뤄진 자백은 증거 능력이 없어 강도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 판결을 내린다”고 밝혔다.
낙동강 변 살인사건은 지난 1990년 1월 4일 괴한들이 낙동강 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를 납치해 여성을 성폭행하고 남성에게 상해를 가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만에 최 씨와 장 씨는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고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21년간 복역하고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 때부터 경찰에게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9년 4월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하고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최 씨 등은 2017년에 이어 대검 과거사위 조사 결과 발표 뒤 2018년 1월 재심청구서를 다시 제출했고 부산고법은 여섯 차례에 걸쳐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문을 벌여 재심을 결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이날 선고 후 피고인들에게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무죄를 받은 피해자들은 재심 재판장에서 “왜 당시 고문 경찰을 공개하지 않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최 씨는 “피해자는 공개는 하는데 가해자는 공개하지 않느냐. 고문 경찰관들을 어떻게 용서하겠느냐”며 “그 사람들은 악마”라고 성토했다. 장 씨는 “저와 같은 사람이 더 있어서는 안 된다”며 “100명 진범 놓쳐도 1명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문 경찰 공개와 관련해 최 씨와 장 씨 변호를 밭은 박준영 변호사는 “공개하면 명예훼손 문제가 생긴다”며 차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