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2·4 주택 공급대책'의 성공조건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대출·조세관련 과도한 규제 완화

원활한 주거이동 유지되게 하고

민간 참여 늘려 다양한 모델 병행

청약제도 큰 틀 개선...혼란 줄여야






주택 수요 억제 정책에 집중했던 정부의 생각이 바뀌었다.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던 생각도 지웠다. 내 집에 사는 사람이 적고, 상대적으로 주거 여건이 열악한 곳이 많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최근 주택 시장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주택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정책 방향의 전환이다.

오는 2025년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권에 83만 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에 배정된 물량은 32만 가구다. 지금까지 정부가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모두 합하면 200만 가구에 육박한다. 과거 200만 가구 건설 계획으로 1기 신도시를 건설했던 때와 유사하다. 그만큼 물량적으로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차질 없이 이 물량이 모두 공급될 수 있다면 주택 시장의 불안과 혼란은 완화될 수 있다.



평균 13년이 걸리던 재개발·재건축을 5년 내에 완료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특별건축구역, 민간의 창의적인 설계와 시공, 충분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공급을 통해 좋은 품질을 보장하고 가격은 시세보다 싸질 수 있도록 공공 분양을 하며 3040세대의 실수요자를 위해 청약제도도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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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은 대중교통과 녹색 기술을 접목한 주거·상업복합지구로 개발하고 기존 산업이 쇠락해 건축물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의 준공업지역은 4차 산업 전진기지로 탈바꿈한다. 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저층 주거지는 보육·헬스·택배·안전시설 등을 갖춘 양질의 주거지로 바꾼다. 달라지는 서울을 기대해볼 만하다.

문제는 부지 확보다. 부지를 확보하는 데까지 앞으로 2~3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실제로 시장에 주택이 공급되려면 이보다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주택 마련으로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를 어떻게 잘 관리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공급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 정부가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신규 주택이 공급될 때까지 기존 재고 주택 시장 내 주거 이동이 원활히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거 이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과도한 대출과 조세 관련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보유과세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주택가액 기준 대출 제약을 점검해야 한다.

또한 시작은 공공 주도로 하더라도 민간 참여를 더 확대해야 한다. 공공의 공급 능력을 확장하더라도 계획된 물량을 모두 공공 주도로 이끌어가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민간이 담당해왔을 뿐만 아니라 공공이 공급해주는 주택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품질이 꽤 괜챦은 민간의 고급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필요한 지역은 공공 주도로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지역은 민간이 직접 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규제 완화 작업과 유인책이 필요하다. 공공 주도, 민간 주도, 민관 협력의 모든 모델이 공존해야 한다. 하나의 모델만으로는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청약제도가 달라진다. 9억 원 이하, 전용 85㎡ 이하 공공 분양에서 일반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다. 그동안 청약 저축액이 적거나 청약 가점이 낮아 분양 시장에서 소외됐던 무주택 3040세대는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 누군가에게 기회가 확대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회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공 분양을 위해 준비한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수시로 바뀌는 입주자 선정 방식에 대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청약제도를 큰 틀에서 개선해 잦은 변경에 따른 시장 혼란을 줄여야 한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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