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의 도덕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내 강난희씨 이름으로 작성된 손편지가 공개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임 회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강 여사님 얼마나 억울하신가"라며 "그 억울함을 푸는 길은 다시 수사하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검찰은 믿을 수 없으니 특별검사 임명해서 한 조각의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전국민이 다 알게 하는 것이 여사님의 억울하신 마음을 조금이라도 푸는 길일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해당 편지는 앞서 지난 6일 '박원순 시장님의 명예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그룹 계정의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 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강씨 이름의 편지를 두고 진위 논란이 가열되자 7일 '박원순을 기억하는 기억하는 사람들'(박기사) 관계자는 다수 언론에 "해당 편지는 강 여사가 작성한 게 맞다"면서 "박 전 시장 가족 측이 박기사에 직접 전달해왔다"고 주장했다.
편지에서 강씨는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며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박원순의 삶을 믿고 끝까지 신뢰한다"고 적었다.
이같은 강씨의 언급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인정한 것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편지 내용을 보면 강씨는 박 전 시장 추모 사업을 하는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박기사)이 인권위의 판단을 수용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이번 박기사의 입장문을 본 후 저희 가족은 큰 슬픔 가운데 있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박기사는 인권위가 앞서 박 전 시장의 행위를 성희롱이라고 결론내린 것에 대해 "인권위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피해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면서 "그의 삶의 역정과 가치를 추모하면서 공과 모두를 기록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40년을 지켜본 내가 아는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이라면서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내용의 편지는 일부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공유하면서 급속하게 온라인상에 퍼졌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 있으면 휴대전화를 공개하라",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 "조두순 아내도 남편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 등의 의견을 보였다.
강씨의 편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에서 "진실은, 믿음의 영역이 아닌 사실의 영역에 존재한다"고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