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최영기 칼럼] 방역과 경제를 위협하는 정치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보궐선거 앞둔 정치권 보편지원 주장

'선별'보다 경기활성화 효과 안크고

무혜택 계층 조세 저항 우려도 적어

지금은 경기보다 방역에 신경 쓸 때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지난해 총선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으로 재미 좀 봤다고 생각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또 다시 보편 지원의 불을 지피고 있다. 경기도는 벌써 모든 도민에 10만원씩 지급했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당정 불협화음을 불사하며 4차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앞장서 보편 지원을 띄우는 이유는 뻔하다. 겉으로 민생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4월 보궐선거와 대선 후보 지지율 변동에 신경이 곤두서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셈법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방역을 위한 국가적 집중력을 깨뜨리는 불씨가 될 수 있다. K방역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방역과 경제의 최적 조합을 유지하는데 나름 성공했기 때문이다. 모두 방역 당국과 의료인들의 리더십과 헌신, 희생을 감수하며 방역에 적극 동참한 자영업 종사자와 일반 국민들의 능동적 참여 덕이다. 3차 대유행이 장기화되고 자영업자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며 이 균형이 깨질 위험에 처하자 다양한 피해 구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우선 4차 재난지원금이 구체화되고 국민적 합의도 마련된 듯하다. 남은 쟁점은 피해 계층만 두텁게 지원할지 아니면 모든 국민에 위로금 성격의 지원금도 지급할 지의 문제다. 고려 변수는 방역과 경제 효과, 행정 절차와 조세 저항 등이다.



첫째 방역의 관점. 설 연후에도 영업 금지와 집합 금지를 계속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하다. 언제 꺾일지 기약도 없다. 아직 경기활성화가 아니라 방역을 우선해야 한다. 또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여주지 못하면 거리두기를 잘 유지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미 방역 불복과 개점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손실 보상이냐 보전이냐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2~3차 지원금처럼 위로금 성격의 찔끔 지원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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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경제 효과. 보편이 선별보다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크다는 주장은 아무 근거도 없고 경제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1차 전국민 지원의 소비 진작 효과는 30%안팎이었고 그 혜택은 주로 가구나 가전 등 내구성 소비재에 집중됐다. 지난 5일 한국경제학회에 보고된 다른 연구결과도 모두 지난해 서울시 선별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보다 크지 않았다. 전국민 지원이면 지원 총액이 커지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가 큰 것처럼 착각할 뿐이다. 4차 지원금에서 전국민 보편지급에 동원 가능한 16조원을 모두 피해 계층의 손실 보전에 쓰면 방역과 경제, 분배 개선에 더 도움이 된다.

셋째 선별에 따르는 갈등과 행정 절차의 문제. 선별이 어려워 모두에 지급하자는 논리는 국가의 행정 능력을 우습게 보는 발상일 뿐 아니라 사실도 아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소득 하위 50% 지급 대상자를 1주일 만에 확정해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했다. 전국 단위의 2차 재난지원금도 초기 혼선이 좀 있었지만 별 탈이 없었고 이를 기초로 3차 지원은 빠르게 집행되고 있다. 5월이면 지난해 소득 자료도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혜택은 없고 세금만 내는 계층의 조세 저항 문제다. 적어도 이번 경우에는 뻔한 기교보다 정면 돌파가 더 낫다. K방역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모델이다. 위기에 굴복한 각자도생의 이기심이 아니라 상생의 선한 의지가 작동해 K방역이 성공한 것이다.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아무 피해도 없는 사람까지 또 재난 지원금을 마구 뿌려댄다면 1차 때와는 달리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선한 의지가 모욕당했다며 반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큰 피해를 입은 계층부터 최대한 보호하고 그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함께 피와 땀을 흘리자고 정직하고 용감하게 호소하는 것이 옳다. 지난해 12월 독일 메르켈 총리의 의회 연설이 큰 호응을 얻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 위기 극복과 피해계층 구제를 위해 과감하게 재정을 풀지만 2023년부터 빚을 갚기 위해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호소했기 때문이다.

K방역과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는데 꼭 필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이를 잘 키워 코로나 위기의 마지막 관문까지 무사히 통과하고 더 나아가 K자형 양극화 해법에 대한 사회적 타협도 성사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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