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끊이지 않는 추락사고에도 ...건설현장 여전히 아슬아슬

안전불감증에 기본수칙 안지켜

고공작업 현장서도 로프 미착용

처벌 보다 교육·훈련 초점 둬야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안전 로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고 있다. /방진혁기자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안전 로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고 있다. /방진혁기자




매년 건설 근로자들의 추락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안전 로프 없이 작업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까지 나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며 상시 현장 점검 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는 관리 인력 확충과 안전 교육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서울의 여러 공사 현장들을 둘러본 결과 이동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추락 방지용 안전 로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는 현장 근로자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영등포구의 건설 현장에서는 한 근로자가 3~4m 높이에서 안전 로프 없이 작업하고 있었다. 건설 근로자들은 마치 놀이터의 ‘정글짐’을 타듯 수m 높이의 철골 사이를 안전 로프도 걸지 않은 채 자유자재로 옮겨다녔다. 위험성을 지적하자 현장 관리자와 근로자들은 “안전 장비를 꼬박꼬박 다 착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장비를 다 착용하면 전체 작업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안전 로프 미착용 외에도 건설 현장의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종로구의 건설 현장에서는 한 근로자가 1톤 트럭의 후진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정지신호를 보지 못한 트럭에 살짝 부딪히는 아찔한 광경이 펼쳐졌다. 또 다른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근로자가 철근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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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안전모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일하고 있다. /방진혁기자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안전모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일하고 있다. /방진혁기자


이러한 안전 불감증은 공사 현장의 추락 사고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9년 경북 안동의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 로프나 안전망 없이 단체로 작업하던 근로자 3명이 추락해 사망했고 지난해 10월 하남에서는 건설 근로자가 발을 헛디뎌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국토안전관리원의 ‘건설사고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중 절반 가까이(47%)가 추락 사고였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건설 현장의 잇따른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대단히 부끄럽지만 우리 산업안전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한 후에도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하루 전날인 지난달 7일 인천에서 공장 천장 누수를 복구하던 60대 근로자가 13m 높이에서 추락사한 데 이어 부산과 원주·수원·광주 등 전국 각지의 건설 현장에서는 올해 들어서도 추락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 업계에서는 당국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안전보건공단의 ‘해외 선진국 추락 사고 예방 기법 사례 연구’ 보고서는 “추락 사고는 시설이나 장비의 불안전한 상태를 비롯해 현장 부주의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추락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안전 의식이나 교육·훈련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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