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한국에 인공위성을 주문해 발사했던 아랍에미리트(UAE)가 올해 건국 50주년을 맞아 쏘아 올린 화성 탐사선을 10일 새벽 화성 궤도에 진입시켰다. 그동안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소련(현재 러시아), 유럽우주기구(ESA), 인도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은 UAE와 달리 이동 로봇(로버)까지 갖춘 화성 탐사선을 각각 11일과 19일 화성에 착륙시킬 방침이다. 중국은 톈원(天問)-1호가 화성 착륙에 성공할 경우 미국과 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화성에 착륙한 나라가 된다. 미국은 이번에 자국의 다섯 번째 화성 탐사선인 ‘퍼서비어런스’의 로버를 착륙시킬 방침이다.
이들 3개국의 ‘붉은 행성’을 향한 탐사선은 지난해 7월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거리가 약 4억 9,350만 ㎞로 가까워진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발사돼 7개월여 만에 화성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UAE는 달 탐사를 건너뛰고 미국 대학들과 6년간 공동 개발한 화성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을 지난해 7월 20일 쏘아 올려 한국 시각으로 10일 0시 30분(UAE 시각 9일 오후 7시 30분)부터 궤도에 진입했다. 오랫동안 화성 우주선 개발에 참여한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대기우주물리학연구소를 비롯해 애리조나주립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가 파트너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측은 “교신이 재개됐다.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환호했다. 그동안 인류가 시도한 화성 탐사 프로젝트가 약 50% 실패했는데 우주 후발국으로서 큰 성취인 셈이다.
UAE는 아말을 발사하기 위해 일본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H2A 발사체를 이용했다. 보통 우주 발사체가 없는 나라가 유럽 아리안스페이스나 미국 스페이스X를 많이 이용하는 것에 비해 UAE는 일본 발사체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무게가 1,305㎏의 소형 탐사선인 아말은 그동안 시속 12만 1,000㎞로 화성으로 날아갔고 궤도 진입 시 1만 8,000㎞로 감속했다.
아말은 55시간마다 화성 고도 2만~4만 3,000㎞ 상공을 687일(화성의 1년) 동안 돌며 대기를 관측한다. 대기 측정과 화성 표면을 관측하며 데이터를 세계 과학계와 공유한다. 오는 12월까지 화성 대기의 연간 기후도를 완성하기로 했다. 고화질 카메라로 대기층의 물과 얼음, 오존 흔적 등을 찍고 적외선 분광기로 하층 대기의 먼지·습기·오존을, 자외선 분광기로 상층 대기의 일산화탄소·수소·산소 농도를 각각 측정한다. 현재 화성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6대의 탐사선이 극지 궤도 위주로 도는 것에 비해 아말은 경사 궤도를 돌며 화성 전체를 살핀다.
앞서 UAE의 에미리트고등과학기술연구소(EIAST)는 소형 과학위성인 ‘두바이샛’ 1호와 2호를 한국의 세트렉아이를 통해 개발해 지난 2009년과 2013년에 발사했다. 이후 2014년 국가혁신전략 7개년 계획을 세우며 바로 화성 탐사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2018년에는 쎄트렉아이와 정찰위성(칼리파샛) 공동 개발에 나서 이를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H2A 로켓으로 쏘아 올렸다.
UAE는 나아가 2117년 화성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화성 2117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UAE는 화성 탐사를 포함한 우주 연구에 지금까지 200억 디르함(약 6조 6,000억 원)을 투자했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UAE는 건국 50주년을 기념하고 기술 중심 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화성 탐사에 도전했는데 진작 우주청을 설립한 데 이어 10월 두바이에서 국제우주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라며“우리도 우주 개발에 속도를 내 팍스테니카(기술 지배) 시대의 과학기술 문명을 꽃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화상 탐사에 나서 톈원-1호의 로버를 11일 착륙시킬 방침이다. 톈원-1호는 대기 탐사는 물론 로버에 지하 1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레이더 장비를 갖춰 화성의 지질까지 살파게 된다. 중국국가우주국(CNSA)은 이달 5일 톈원-1호가 화성에서 약 220만 ㎞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표면에는 스키아파렐리 분화구와 마리너 협곡이 엿보였다. 마리너는 길이 4,000㎞, 깊이 10㎞로 태양계의 최대 협곡으로 분류된다. 톈원 1호는 지난해 7월 23일 하이난섬의 원창우주발사장에서 창정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중국은 달 탐사에도 적극 나서 창어 5호가 달 표면에 2m 구멍을 뚫고 2㎏의 암석과 흙을 채취해 지난해 12월 귀환했다. 달 물질 채취 역시 화성 착륙처럼 미국·소련에 이어 세 번째다. 창어 4호는 2019년 1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퍼시비어런스’ 로버를 19일 착륙시켜 1년간 화성 토양·먼지·암석 표본을 수집하는 임무를 맡기게 된다. 톈원-1호보다 4배 큰 퍼시비어런스는 소저너·스피릿·오퍼튜니티·큐리오시티에 이어 미국의 다섯 번째 화성 탐사선이다.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실험도 하고 처음으로 희박한 화성 대기에서 추진기를 사용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는 드론 비행에도 나서게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화성 등 심우주 탐사 계획은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내년에 ‘달 탐사 궤도선’을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어 쏘아 올릴 예정이다. 현재 시험 중인 우주 발사체 자립에 성공한 뒤 2030년까지 자체 발사체로 달 착륙을 시도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우 화성보다 소행성 탐사에 주력해 우주 최강국인 미국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지구에서 약 3억 ㎞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하야부사2가 지표 아래 물질을 채취한 뒤 지난해 12월 지구에서 약 22만 ㎞ 떨어진 우주에서 지름 40㎝ 캡슐을 떨어뜨려 호주 남부 우메라 사막에서 회수했다. 앞서 하야부사1은 류구를 탐사한 뒤 2010년 귀환했다.
강경인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단장은 “미국 화성 탐사선은 현지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장차 인류의 화성 직접 탐사 시 필수 물자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실험도 한다"며 “우리 정부도 장기 우주 탐사 계획을 수립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효율적으로 우주 탐사를 추진하며 인류 발전과 과학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