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20회나 바뀐 청약제도 또 수정…수요자 '멘붕'

정부, 무주택자에 기회 넓힌다면서

85㎡ 이하 추첨제 물량 도입 추진

잦은 제도 변경에 청약자들 혼란

부적격 당첨자 증가 부작용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서울경제DB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서울경제DB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청약제도 세부 사항을 규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무려 20회 개정됐다. ‘난수표 청약제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런데 청약제도가 앞으로 또 바뀐다. 정부는 청약제도를 변경할 때마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때그때마다 이뤄지는 땜질식 변경에 예비 청약자들은 ‘청약 컨설팅’을 받아야 할 정도가 됐다.





◇‘추첨제 도입’ 또 바뀐 청약제도=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새로운 공공 방식의 정비사업 물량(공공분양)을 공급할 때 일부 물량을 추첨제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물량 중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전체 일반 공급분 중 3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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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공 분양에서 전용 85㎡ 이하 일반 공급은 3년 이상 무주택자 중 청약 저축 총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되는 ‘100% 순차제’가 적용되고 있다. 납입 횟수가 적은 3040세대가 불리한 구조다. 이번 추첨제 도입은 상대적으로 청약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3040세대를 달래기 위한 조치다.

추첨제 참여 요건은 3년 이상 무주택 세대 구성원으로 제한해 과열 경쟁을 예방하기로 했다. 다만 전용 85㎡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가점제 50%, 추첨제 50%로 당첨자를 정하는 현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2·4 대책에 따른 공공 물량에서는 일반공급 물량을 기존 15%에서 50%로 늘려 추첨제에 해당하는 주택 수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또 바뀐 청약제도에 피로감 호소=‘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와는 별개로 청약 수요자들은 또 한 번 바뀌는 청약제도를 공부하고 이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번 청약제도 변경의 경우 2·4 대책으로 공급되는 물량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기존 공공 택지 분양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청약 절차에 대한 공부도 이중으로 해야 한다. 청약 도전을 준비 중인 한 30대 직장인은 “추첨제 도입 외에 특별 공급 물량의 변동 등도 포함돼 나에게 적합한 방식까지 살펴보다 보면 피로도가 너무 높아진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호소했다.

청약제도가 자주 바뀔수록 부적격 당첨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청약 부적격 당첨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청약 부적격자는 총 4만 8,739명에 달했다. 이 중 4분의 3에 달하는 3만6,391건(74.7%)은 청약가점 오류에 따른 결과였다. 시시각각 바뀌는 청약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신청 과정에서 자료 입력을 실수해 귀하디 귀한 청약 당첨 기회를 날려버리게 된 것이다. 청약제도가 난수표 수준으로 복잡해지면서 청약 컨설팅이 성행하는 등 신청 자체가 전문 영역화되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 정부 들어 규제를 쏟아내면서 이에 따라 청약제도도 땜질식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청약제도를 ‘내 집 마련’의 손쉬운 통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일관되고 직관적인 제도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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