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을 담은 일회용 용기 가격이 올해 초부터 줄줄이 인상되면서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늘어난 원가 부담을 배달 음식 가격에 전가 해야 하는데 자칫 가격 경쟁에 밀려 매출이 줄어드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자영업자 중심으로 배달 음식을 줄이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용기 가격 인상이 음식 양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의 ‘트리거(방아쇠)’가 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부터 음식 배달에 필요한 플라스틱 수저나 피자·치킨용 종이 박스, 탕·소스 용기, 도시락 용기 등의 일회용 제품 가격이 5~10% 안팎으로 인상됐다. 일회용 용기 제조업체들이 원재료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결과다.
일회용 국물 컵은 지난 해 말만 해도 개당 60원에 판매됐는데 올 초부터 가격이 8% 올라 65원이 됐다. 1,000개씩 한 세트로 판매되는 데 세트 당 6만원이던 것이 1~2개월 새 6만5,000원이 된 셈이다.
대형 플라스틱 탕 용기 제품 역시 지난 해 말 개당 322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5% 올라 338원에 팔리고 있다. 문제는 일회용 용기를 쓰지 않으면 배달을 할 수 없어 자영업자들의 원가 부담 역시 5~10% 늘게 됐다는 점이다.
배달 용기는 배달 건당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일회용 용기 가격이 5~10% 오르면 자영업자들의 마진율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해 말부터 쌀·감자·깻잎 등 식자재 가격이 품목별로 10~30% 급등하면서 배달 음식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회용 용기 가격까지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이중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개봉동에서 배달 전문점을 하는 한 자영업자는 “매출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35%이고 이 가운데 배달 비용은 18% 수준”이라며 “배달 대행료는 꾸준히 나가고 원재료 가격 인상에다 이제는 일회용 용기 가격까지 오르니 수입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일회용 용기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업체들이 한번에 주문할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용기를 제조·판매하는 D사는 일부 인기 품목에 대해 고객 1명당 1세트 주문으로 제한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의 식품 부자재 플랫폼 배민상회에서도 인기 품목의 경우 재고 부족에 따른 출고 지연과 주문 수량 제한 등과 같은 공지가 수시로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료 부담에다 식자재 가격 인상, 용기 가격까지 오르자 일부 자영업자들은 배달 음식 양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 등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족발 배달을 하는 자영업자는 "가격 인상을 하지 않으면 일주일 내내 일하고 가져가는 수익이 없기 때문에 최근 족발 가격을 2,000~4,000원 인상했다"며 "주문이 조금 줄어 들긴 했지만 단가가 올라서 전체적인 매출은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