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석인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선출하는 4월 보궐 선거를 앞두고 출판계에도 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여야 정치인들의 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점가가 열띤 홍보전의 무대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예년처럼 출판 기념회를 크게 열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을 끌기는 어렵지만, 정치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는 동시에 정치·행정 비전과 역량을 강조하는 홍보 수단으로서는 출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지금의 정치 바람은 1차에 불과하다. 보궐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이 대선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면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꿈꾸는 잠룡들의 출판 경쟁이 2차로 더 뜨겁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 된다.
먼저 지난 총선 패배 후 여의도 밖에서 재기 기회를 노려 온 김영춘, 나경원, 이언주 후보는 지난 해 말부터 직접 쓴 책을 내놓고 보궐 선거 준비를 시작했다. 김 후보는 지난 해 12월 ‘고통에 대하여 : 1979~2020 살아있는 한국사(이소노미아 펴냄)’라는 역사 책을 낸 데 이어 지난 달에는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희망에 대하여(호밀밭 펴냄)’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앞서 펴낸 책을 통해 정치관과 역사관을 보여줬다면 두 번째 책은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나 후보와 김 후보도 지난 해 말 각각 ‘나경원의 증원(백년동안 펴냄)’과 ‘부산독립선언(생각의탄생 펴냄)’을 펴냈다. 나 후보는 저서에서 2019년 보수 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 대표로서 보여준 정치 역량을 강조하면서 정치의 길을 걷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이 후보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보다는 부산 행정에 초점을 맞췄다. 현직 서초구청장인 조은희 후보는 ‘귀를 열고 길을 열다(비타에바타 펴냄)’를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서의 행정 역량을 강조했다.
서울 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 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서 물러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책은 15일에 공식 출간 된다. 저자인 신창섭은 박 후보가 과거 앵커로 몸담았던 방송사 후배다. 그는 저서 ‘박영선에 대하여(왼쪽주머니 펴냄)’에서 베를린 특파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언급하며 박 후보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비교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저자가 3년 전 쓰기 시작한 글을 여러 번 수정하고 다듬은 끝에 이번에 책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점 정치 코너에는 대권 잠룡에 관한 책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관한 책은 그가 정치권에 복귀한 지난 1년 동안에만 5권이 쏟아져 나왔다. 다만 이 대표가 직접 집필한 책은 아직 없고, 주로 근거리에서 그를 관찰한 보좌진이나 작가, 소설가 등이 쓴 책이 주를 이룬다. 2월 현재 여권 대선 후보 선호도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출판계의 관심 대상이다. 지난 해 여름 ‘조국백서’로 불린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렸던 오마이북은 이달 초 ‘이재명과 기본소득’을 펴냈다.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야권 대선 후보 1위로 꼽히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분석한 책도 등장했다. 지식공작소에서 이달 초 내놓은 ‘윤석열 국민청문회’는 윤석열이라는 인물을 탐구한 첫 번째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지식공작소의 정세분석팀으로, 가상청문회를 열어 질의 응답하는 형식으로 엮은 점이 눈에 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대담집 ‘나는 죄인입니다’를 통해 정계 복귀를 예고했다. 황 전 대표 특별보좌역을 맡았던 김우석씨가 묻고 황 전 대표가 답하는 인터뷰 형식의 책이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의 책은 간혹 당사자의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현직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선거에서 자서전의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었기에 이번에도 선거가 다가올수록 관련 서적 출간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현재도 유력 정치인들이 대선 일정을 고려해 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