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논문 양적성장 집착은 정부·대학 공동 책임…사업화 평가 비중 확대를"

[포스트 코로나 전략…공대 출신 총장에게 듣는다]

양→질적 전환한다지만 여전히 미흡

사회문제 해결 신기술 개발 위해

기술 이전 실적 등 적극 반영해야


공대 출신 주요 대학 총장들이 정부 연구개발(R&D) 시스템에서 논문과 특허 등 양적 팽창의 폐단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와 대학의 공동 책임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 R&D 과제 평가 기준이 서서히 양에서 질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기술이전이나 창업 등 기술 사업화 평가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서울경제가 지난 9일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최근 ‘두뇌한국(BK·BrainKorea)21’ 4단계 사업에서 논문 평가를 학술지 수준을 따지는 임팩트팩터(IF)와 논문 피인용도 등 질적 평가로 전환하려 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성균관대도 기술 사업화 평가를 과거에는 특허 건수로 하다가 현재는 기술과 특허 가치, 사업화 가능성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 총장은 “미국 공대에서는 논문이 아니라 연구비 확보와 기술이전료가 테뉴어(종신 교수)의 기준”이라며 “사회와 유리돼 있고 추격형으로 연구하고 논문에 집중하는 우리 대학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탠퍼드대에서는 교수는 물론 박사 과정생도 수년간 프로젝트를 하며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거나 창업한 뒤 나중에 대기업에 매각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대학 연구원들 수준도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기술이 있어도 인수합병(M&A) 문화가 잘 정착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대학은 기초 연구도 해야 하지만 기술을 사업화해 장학금·학과 신설, R&D 등에도 투자해야 한다”며 “교원 업적 평가에도 논문 외에 연구비 수주, 산학 협력, 국제 활동, 기술 사업화 실적 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또 “정부 R&D 과제도 연구 윤리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율성은 감소되고 책임성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며 “교원들의 과제 성과물도 논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도 각 단과대와 학과의 특성을 반영해 교원 평가의 틀을 바꾸고 2%에 불과해 미국 대학의 절반 이하에 그치고 있는 R&D 과제 상용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정 총장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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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지난해 실시됐던 대학원생 연구 인력 지원 프로그램인 BK21 4단계 선정에서 양보다 질에 대한 평가로 무게중심이 많이 이동했다"며 “현재는 양에서 질로 전환이 이뤄지는 단계이며 앞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를 통해 비즈니스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총장은 교수 업적과 R&D 평가에서 기술 사업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기술 사업화를 하면 교수에게 60%~70%의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부진한 것은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사업화할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고 냉철하게 진단했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기업 R&D과제와 관련해 “산학 협력한 사업의 특허권을 대학과 기업이 공동 소유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업이 산학 협력 과제 이후 특허권을 몽땅 가져가지 말고 우선 실시권과 협상권을 가져가고 학교가 창업하거나 제3자에게 기술이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총장도 “대기업과 프로젝트를 할 경우 특허 소유권은 반반이지만 전용 실시권을 기업이 가져가기 때문에 (다른 곳에는)기술이전이 안 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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