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알뜰폰 ‘빅5’로 재편 가속도…밀려나는 중소업체

이통 자회사, 모회사 막강 지원에

요금·서비스 차별화로 고객 급증

빅5 번호이동 점유율 63% 육박

중소업체는 48%서 34%로 위축

"출혈 경쟁에 중소사 고사 위기

이대론 빅5가 시장 독점할 것"


알뜰폰 시장이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이동통신사 자회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직접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형님’인 이통사 못지않은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 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통 3사 자회사들이 빠른 속도로 고객을 확보함에 따라 최근에는 이통 3사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체 50개사에 육박하는 알뜰폰 사업자들 중 빅5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1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030200)OA)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알뜰폰(MVNO) 전체 번호 이동 건수는 14만7,644건으로 지난 해 월 평균 번호 이동 건수인 9만9,400건을 훌쩍 뛰어 넘었다. 전체 번호 이동 기준 사업자별 점유율에서도 알뜰폰은 34.5%를 차지했다. 전체 번호 이동 중 알뜰폰으로의 이동 비중은 지난 해 12월 31.2%로 30%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통 3사 자회사 빅5의 알뜰폰 번호 이동 가입자는 지난 1월 9만3,100건으로 전체 알뜰폰 번호 이동의 63.1%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 52%에서 지난 해 62.6%로 뛰어 올랐던 알뜰폰 시장에서의 빅5 과점 현상이 올들어 더욱 심화한 것이다. 각 사별로는 LG유플러스(032640)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은 지난 1월 번호 이동 가입자가 3만7,200여 건 늘었다. KT의 알뜰폰 자회사인 엠모바일과 스카이라이프 역시 3만4,700여 건 순증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도 순증한 가입자가 2만1,200여 건에 달했다. 반면 총 49개 알뜰폰 사업자 중 43개에 달하는 독립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지난 1월에 5만600여 건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해 34.4%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19년 47.8%의 점유율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것에 비해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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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기존 이통사와 비슷한 서비스와 요금제를 제공하는 이통 3사 자회사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독립적 요금제 및 다양한 서비스 개발 등 투자를 지속해온 대형 알뜰폰 사업자들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높이며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빅5는 각각 차별화된 요금제와 서비스로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KT엠모바일이 지난 1월 진행한 ‘데이득(데이터+이득) 프로모션’ 가입자가 시행 1개월 만에 1만4,000명을 돌파했다. 신규 가입자을 대상으로 대표 LTE 요금제 9종을 선택하면 1년간 최대 월 100GB 데이터를 증정하는 혜택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KT엠모바일은 당초 한 달만 시행하려했던 데이터 추가 혜택 행사를 한 달 더 연장키로 했다. LG헬로비전 헬로모바일은 아이폰 전 시리즈를 대상으로 분실?파손 시 최대 120만원까지 보상해 주는 ‘자급제 아이폰 단말보험’을 선보였다. 고가의 아이폰을 구입한 소비자들 입장에서 알뜰폰 가입을 꺼리게 했던 단말 분실?고장 시 비용부담을 대폭 해소한 것이다.

알뜰폰 업계 일각에서는 이통 3사 자회사들이 막강한 모회사의 지원에 힘입어 과도한 마케팅에 나서 소규모 알뜰폰 업계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알뜰폰의 주력 상품인 3만3,000원대 요금제는 이통 3사에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데도 대형 사업자들이 과도한 마케팅과 사은품까지 제공하며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중심인 LTE 후불 요금제 시장 경쟁에 참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마저 빼앗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대로 간다면 올해부터는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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