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人] 박상준 CKD PE 대표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로 차별화 …5년 내 운용자산 1조 목표"

종근당 계열 CKD VC, 9월 PE부문 신설

2달 만에 1,000억 펀드 조성 1호 투자 3월 후속 투자 완료

신사업 찾는 기업이 LP 사업전략 같이 짜고 공동소싱

"투자 수익률 뿐 아니라 신사업 아이디어도 제공"

박상준(가운데) CKD PE 대표와 이원호(오른쪽) 부대표, 윤슬기 부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투자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성형주 기자박상준(가운데) CKD PE 대표와 이원호(오른쪽) 부대표, 윤슬기 부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투자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사업하는 회사들은 신사업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제 투자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이 저희의 승부처입니다. 투자 수익률뿐 아니라 새로운 투자 기회까지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지난해 7월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발표 후 관련 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최근 친환경에너지 기업인 대한그린에너지에 대한 투자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발전단지를 보유한 업체로 관련 시장에서 최근 7년간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한 곳이다. 대한그린에너지의 가치를 알아보고 약 1,000억원을 투자한 곳은 CKD프라이빗에쿼티(PE)였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바이오 투자 명가로 알려진 종근당 계열 CKD창업투자가 신설한 PE 본부다. PE 영역에서도 새로운 투자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지난해 2월 출범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CKD PE 본사에서 만난 박상준 CKD PE 부문 대표(상무)는 “작년 8월에 운용사(GP) 라이센스를 받고 2달여 만에 1,040억 원 규모 1호 펀드를 결성했고 대한그린에너지에 600억 원을 투자했다"며 "올해 3월까지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총 1,200억 원의 투자도 완료했다”고 말했다. 또 “이미 2호 펀드도 2,000억 원 규모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생 하우스지만 박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유능한 인재들로 진용을 구축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녹십자와 삼성증권을 거친 박 대표는 삼성증권 시절 기업금융 및 법인영업본부에서 활약하며 매달 헬스케어 포럼을 운영했다. 자연스레 종근당과 연이 닿았다. 박 대표는 종근당에 PE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종근당은 박 대표에게 그럼 당신이 맡아 이끌어 달라고 역제안을 했고 그렇게 CKD PE가 출범하게 됐다.



이후 박 대표는 KDB대우증권과 하나IB증권, MK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친 이원호 PE 부문 부대표(이사), 이앤인베스트먼트 출신 김태형 PE 부문 바이아웃 팀장(이사), 맥쿼리· KB증권·삼성증권 출신 윤슬기 부장, 미래에셋대우와 스톤브릿지벤처스 출신 배교준 차장 등 4명의 핵심 운용역을 섭외했다. 박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바이아웃 딜에 목말랐던 업계 인재들로 진용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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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 PE는 펀드 운용 방식도 다른 PE들과는 좀 다르다. 이원호 부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펀드(OIF)로 기업들이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나 내부 시스템만으로 투자할 때 단점을 보완하는 컨셉”이라고 말했다.실제로 CKD PE의 펀드 출자자는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아닌 일반 기업들로 구성됐다.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종근당의 출자 비율은 30% 미만으로 제한했다. 대신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의 투자금을 받았다. 박상준 대표는 “종근당에서도 바이오 분야 외에 새로운 분야를 찾아 투자해 달라고 했다”며 “주요 출자자들 역시 신성장동력 발굴에 한계를 느끼는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보통 PEF의 출자자(LP)들은 펀드에 돈만 낸다. 그리고 운용은 GP인 PE가 알아서 한다. 이후 약정 기간이 끝나면 수익과 원금을 돌려준다. 하지만 CKD PE는 LP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LP들이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 딜을 찾는다. LP로부터 사업 전략과 인수에 대한 제안도 받는다. LP와 시너지 가능성을 점검해 투자 구조를 설계한다.

이 부대표는 “투자한 기업도 공동으로 관리한다”며 “일종의 CVC의 PE 버전인 셈”이라고 말했다. 매각이나 기업 상장(IPO) 외에도 전략적 LP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펀드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매각처를 확보, 재무적 LP의 수익을 실현하는 것도 특징이다.

펀드별 투자 컨셉도 이미 설정해뒀다. 1호 펀드는 신재생 에너지가 테마다. 이 부대표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실제로 수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며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밸류 체인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영역, 관련 산업이 성숙하면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KD PE가 1호 펀드로 진행한 대한그린에너지 역시 이런 성격이다. 풍력 발전소 같은 신재생 발전소를 짓기 위해 부지를 찾고 인허가를 풀어내는 일종의 시행 역할과 발전소 건설까지 하는 시공 역할도 한다.

2호 펀드는 빅테크(BIG TECH)에 집중할 예정이다. 금융 서비스나 금융상품과 유사한 제품을 직접 제공하는 대형 기술회사가 대상이다. 3호 펀드는 라이프스타일 기업, 특히 코스메틱(화장품) 업체가 주력 투자처가 될 예정이다. 코트라와 관세청에 따르면 화장품 시장 규모는 611조(약 5,500억달러) 규모로 연 2.8% 상승할 전망이다. 세계 8위권 한국 코스메틱 시장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까운 시일 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중국과 아세안 시장 공략이 목표다.

박 대표는 “앞으로 5년 내 운용자산(AUM) 1조원 규모의 정통 바이아웃 하우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CKD 창업투자가 순항하고 있는 만큼 PE 투자를 통해서도 또 한 번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김기정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김기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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