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축인 소비가 살아나며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요 기업인들은 경제 회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현지 시간)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뉴욕연은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뉴욕 지역 비즈니스 리더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낙관론이 늘었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의 절반 이상은 6개월 안에 활동이 확장되고 상황이 정상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채용과 임금도 늘고 물가와 자본 지출 수준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서히 미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되고 이 과정에서 물가 상승도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부양책으로 지급될 현금이 소비에 불을 붙여 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준의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올 초 전미경제학회에서 “지난해 현금 지급으로 가처분소득이 2019년 1분기 대비 110%까지 올라왔다”며 “추가 현금 지급은 의미가 없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CNBC는 “물론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지만 서머스의 지적도 있다”며 “부양책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지표들만으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이 많다. 물가 상승 추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만 이는 정부와 금융 당국의 코로나19 대책 결과에 따른 영향이며 시장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1.3% 오른 반면 CPI는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변동이 없었다.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물가 상승을 계속 억누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마켓워치는 “인플레이션 수준은 지금도 상당히 낮다”며 “일부 품목의 경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올랐지만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실업 청구 건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최소 2,000만 명이 실업급여를 받는 상황이어서 노동시장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큰 폭의 인플레이션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여전히 실업률이 매우 높은 가운데서도 임금이 오르고 있고 이것이 인플레이션 심리를 부추겼다”며 “그러나 실제 인플레이션 조짐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그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지난달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경제 상황이 위원회의 장기 목표와는 거리가 먼 상태로 이를 달성할 때까지 지금의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준 총재 역시 지나친 물가 상승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뉴햄프셔 로스쿨의 한 온라인 강연에서 “해가 갈수록 물가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물가는 여전히 낮은 편이며 향후 1~2년간 지속적으로 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