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제껏 외쳐온 ‘소득 주도 성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 4분기 소득 양극화가 더 심각해졌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4.72배로 1년 전(4.64배)보다 더 커졌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이므로 소득 분배 지표가 더 악화한 셈이다.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분기에도 5.41배로 전년(5.18배)보다 나빠졌다. 2분기에는 4.23배(전년 4.58배)로 다소 나아졌다가 3분기에 4.88배(전년 4.66배)로 다시 악화했다.
‘K자 양극화’ 추세가 더 가팔라진 것은 일자리 감소 등으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하위 20%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3.2% 줄어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1.8% 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두 개 분기 연속 분배가 악화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한다”면서도 “4차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코로나19 피해 계층의 어려움을 보완하면서 분배 악화를 완화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는 역으로 재난지원금을 줘도 이 정도라면 나라 곳간이 텅 비어 지원금을 주지 못할 경우 소득 양극화가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를 염려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소득과 분배·지출 지표 등이 모두 악화하고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그동안 잘못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절반이라도 성공하려면 정부는 주로 민간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가 기업이라도 된 양 직접 세금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섰고 그나마 ‘단기 알바’ 양산에 그쳤다. 정부가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고 싶다면 현금 살포에 매달릴 게 아니라 규제 완화로 지속 가능한 민간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