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진주 목걸이 전략







중국 명나라의 정화는 1405년 6월 쑤저우(蘇州)에서 출발해 베트남·스리랑카·인도 등을 거치는 제1차 항해에 나섰다. 137m 길이의 대형 선박을 포함한 함선 62척에 2만 7,800명을 거느린 대원정이었다. 1492년 산타마리아호 등 3척의 배에 승무원 88명과 함께했던 콜럼버스 함대에 비해 엄청난 규모였다. 정화는 계속된 원정으로 아라비아반도와 아프리카까지 해상 영역을 넓혔고 가는 곳마다 조공을 바치라고 요구했다. 중국은 600여 년 전의 그 영광이 그리운지 ‘진주 목걸이 전략’으로 정화의 대원정과 비슷한 해상 루트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전략은 중국이 미얀마·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는 것을 일컫는데 항만 거점을 연결한 모습이 진주 목걸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05년 컨설팅 업체 부즈앨런해밀턴이 미국 국방부 의뢰로 작성한 ‘아시아에서의 에너지 미래 보고서’는 진주 목걸이 전략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해상 패권 추구를 경고했다. 중동에서부터 남중국해까지 해로를 따라 중국의 전략 에너지 확보와 역내 안보 벨트 구축을 위한 전략으로 단순 방어용에 그치지 않고 공격 목적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해양 패권 확대 움직임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중 해상 루트를 개척하는 ‘일로(一路)’를 통해 가일층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인도가 방글라데시·미얀마 등 주변 6국에 코로나19 백신을 무상 제공한 데 이어 중국이 파키스탄·캄보디아 등 4국에 백신을 공짜로 나눠주는 등 양국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이 미국·일본·인도·호주를 잇는 ‘다이아몬드 전략(인도·태평양 전략)’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18일에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연결된 이 4개국이 참여한 안보 협의체인 ‘쿼드’ 외교장관 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 견제가 실행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진주 목걸이와 다이아몬드의 충돌로 한국이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한미 동맹 우선 원칙을 지키되 중국에 대해서는 할 말을 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