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ESG 붐에...자사주 매입 늘어나나

증권사들, 신탁계약 따내려 물밑경쟁

작년 327건 역대급...올 재계약도 노려

ESG경영 따른 주주친화 강화도 기대 요인





증권사 법인 영업 조직이 자사주 신탁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자사주 신탁계약이 급증해 잠재적인 ‘재계약’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주주 환원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장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증권사들이 상장사 자사주 신탁계약을 따내기 위해 영업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에도 증권사 법인 영업 담당자들은 자사주 신탁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여러 상장사에 발품을 팔아왔다. 다만 올해에는 상장사의 자사주 신탁 수요가 꽤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면서 분주한 모습이다. 한 상장사의 재무 담당자는 “요즘 자사주 관련 계약을 하려는 상장사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며 “저희도 주가 변동 추이에 따라 자사주를 취득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자사주 신탁계약은 증시가 불황일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폭락한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사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스피가 연초부터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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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자사주 신탁 영업이 활발해질 수 있는 것은 ESG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ESG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 환원 수준을 높이려는 상장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자사주 신탁계약 건수가 역대급으로 많았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의 장내 자사주 신탁계약 건수는 총 327건으로 지난 2019년(188건)보다 73.9%나 늘어났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폭락장의 영향이 컸다. 당시 금융 당국은 주가 안정화를 이유로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한도를 확대했다. 코로나19 쇼크로 주가가 폭락했던 상장사들은 이때를 자사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시작한 장내 자사주 신탁계약 건수는 202건에 달한다. 보통 6개월~1년 단위로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서 재계약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IR 대행사 대표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자사주 신탁을 해지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신탁을 채워 넣으려는 영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증권사 법인 영업 부서에서는 신탁 보수 인하 등을 통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가령 중소형 증권사들은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해 0.1~0.3% 수준의 신탁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대형사(0.3~0.6%)에 비해 대폭 낮춘 것이다. 대형사도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특금 신탁 계약과 엮어 보수를 0.01% 수준까지 낮추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신탁 보수를 후려쳐 일감을 따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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