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7년8개월간의 임기 소회를 밝혔다.
박 회장은 소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직원이었고, 그다음 언론인, 정부·국회 순이었다.
정부와 국회에 대해 규제 완화를 해줄 것을 강력 요청하며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기도 했던 박 회장은 “국회는 애증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는 기업들을 도와주는 법안도 만들지만 얽매는 법안도 만든다. 희망적인 지원일 땐 더할 나위없이 기쁘지만 얽매는 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극복할지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임기동안 국회를 찾아간 횟수만 48번이다. 기업규제 법안 통과를 제지를 위해 경제계 연대를 이끌어내 제언문을 전달했다.
그는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 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사업을 시작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제도로 박 회장이 의욕을 갖고 추진한 대한상의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박 회장은 “재임기간동안 국회에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은 법과 제도를 바꿔야한다는거였다”며 “그걸 바꿔보자 해서 국회 문을 두드렸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힘을 받게 돼 생긴 것이 샌드박스”라며 “샌드박스로 실제로 해보니 아무 문제가 없다. 법을 바꿔야 할 당위성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규제 완화 물꼬를 트는 데 큰 변화를 주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박 회장은 “공정경제 3법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21대 국회에서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법안이 쏟아져 거부감과 우려가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우리나라는 딱 전환기다. 과거로부터 해오던 것이 둔화되면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임기 중 가장 잊지 못하는 순간으로는 프란체스코 교황 면담과 평양의 백두산 방문을 꼽았다. 그는 “평양 백두산 방문 당시에도 경제협력을 비롯해 동반해서 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기억에 남고 소회가 남다르다”고 회상했다.
후임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 회장이 후임 회장으로 단독 추대된 배경에 대해 “5대 그룹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아무래도 그 정도 규모의 총수가 들어오면 대변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서울상의 회장단을 구성을 보면 알겠지만 최 회장은 미래산업에 가까이 있기때문에 미래 방향에 대해 나보다 훨씬 잘 대변할 수 있는 식견을 가졌다”고 치켜세웠다.
최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정보통신(IT)·게임·스타트업·금융업계의 젊은 기업인들을 서울상의회장단에 합류하도록 추천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최 회장에 대해 “현재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요구사항으로 자리 잡은 사회적가치 등에 대한 생각도 뚜렷하다”며 “대한상의는 목소리로 일을 한다. 최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잘 하시고 모두들 기대를 가지고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정치에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본인은 효율과 생산성에 논리가 특화된 사업가로 정치가 맞지 않다는 철학을 밝혔다.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박 회장은 “현재 자리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이사회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 젊은이들의 꿈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