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올해도 상장사 절반 이상이 3월 마지막 5거래일 동안 정기 주총을 개최할 것으로 보여 예년과 같은 ‘주총 대란’이 반복될 전망이다.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의 스타트는 이달 22일 코스닥 기업 에이피티씨(089970)가 열며, 가장 많은 상장기업들이 주총을 열 것으로 보이는 ‘슈퍼 주총데이’는 3월 26일로 예상된다.
21일 서울경제가 지난 1월 말부터 이날까지 정기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를 낸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338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195곳(58%)이 3월의 마지막 5거래일(25일~31일) 동안 주총을 열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6일은 삼양식품, 풍산홀딩스, 세아홀딩스 등 68곳의 기업이 주총 개최를 예고하고 있어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반면 2월 중 주총을 여는 기업은 스팩·리츠 등 투자회사를 제외하면 올해도 7곳에 불과하며, 3월 첫째 주를 주총일로 택한 기업은 스팩 1곳을 제외하곤 한 곳도 없다. 3월 말 상장기업의 주주총회가 한꺼번에 열리는 ‘주총 대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루에 여러 기업들의 주총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슈퍼 주총데이’는 소액 주주들의 주총 참여 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총 예상 집중일을 발표하고 이런 집중일 외에 주총을 여는 기업에 공시 우수법인 평가 가점, 불성실 공시법인 벌점 감경 등의 인센티브 등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기업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와 회계감사 강화 등 규제의 변화로 주총 일정 잡기가 예년보다 어려워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감사 업무는 늦어지는데 반해 상법 개정으로 사업보고서 제출 일자는 주총 일주일 전으로 앞당겨져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상장사의 관계자는 “외감법 개정으로 감사가 깐깐해졌는데 올해는 주총 전 사업보고서까지 사전에 내야 해 업무 부담이 커졌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주총 쏠림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정기주총 시즌의 스타트를 끊는 기업은 2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주총을 여는 코스닥 기업 에이피티씨로 확인됐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S&T홀딩스 및 S&T모티브, S&T중공업 등 계열사 총 4곳이 이달 26일 부산과 창원 본사에서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다. 주요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내달 17일부터 정기주총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가 17일,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카드, 호텔신라가 18일, 삼성물산과 삼성증권이 19일을 주총 개최일로 예정돼 있다. 또 LG그룹은 LG이노텍이 18일, LG생활건강이 19일 주총을 열 계획이며, 현대차그룹은 22일 기아차를 시작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가 24일 정기 주총을 열 전망이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