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작품 상징된 시그니처 무대, 뮤지컬 감동 더하다

명성황후 지름 12m 이중 회전무대

소용돌이 치는 조선말 정세 표현

효율적 장면전환·입체적 무대 연출

위키드 길이 12.4m 타임 드래곤

마법 때마다 연기 뿜으며 작동 장관

거대한 세트 불구 수동으로 움직여


‘뮤지컬’ 하면 대게 배우의 열연과 음악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들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무대 세트다.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이들 무대는 단순한 볼거리나 배경에 그치지 않고 극의 주제를 담은 ‘또 다른 배우’로 더 진한 감동을 빚어낸다. 요즘 뮤지컬 시장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대작 작품들에도 어김없이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시그니처 무대’가 극의 감동과 재미를 배가해 주고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무대. 하단에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진 원형 무대가 보인다./사진=에이콤뮤지컬 ‘명성황후’의 무대. 하단에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진 원형 무대가 보인다./사진=에이콤





뮤지컬 ‘명성황후’의 이중 회전 무대는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지름 12m의 원형 무대가 회전과 함께 상하로 높이를 바꿔가며 극 중 내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해낸다. 박동우 무대감독은 초연 당시 대본을 읽고 ‘당시 국제 정세의 소용돌이’를 표현하기 위해 이 이중 회전 무대를 떠올렸다고 한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열강의 각축 속에서 침몰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 뿐 아니라 중요한 기능 면에서도 이 무대 장치는 효율적인 장면 연출을 가능케 했다. 예컨대 극 말미 명성황후를 지키려는 궁녀들이 궁에 침입한 일본 자객들의 칼에 계속해서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쓰러진 궁녀들이 회전판을 타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다시 앞으로 나와 다시 자객 앞을 막아서는 방식으로 반복되는 대치 효과를 만들어냈다. 박 감독은 “죽은 궁녀들이 제 발로 퇴장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카메라처럼 시체를 뒤로 한 채 그다음에 등장할 명성황후에 클로즈업을 할 수도 없었다”며 “효율적인 장면 전환을 위해 회전 무대가 꼭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이중회전무대 디자인/사진=에이콤뮤지컬 ‘명성황후’의 이중회전무대 디자인/사진=에이콤



무대는 단순히 회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사를 만들어 높낮이를 바꿀 수도 있다. 고종과 대신들의 대화, 황실의 연회, 결혼식 등 무대 위에 여러 인물이 배치됐을 때 이들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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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전무대는 초연 당시엔 원래 지름이 15미터로, 예술의전당 회전 무대 위에 별도의 경사 무대를 얹어 만들었다. 지금 사용하는 12m의 이동형 무대는 1997년 뉴욕 링컨센터 공연을 위해 새로 제작한 것이다. 회전무대 바닥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이자 국보 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져 있어, 객석 2층의 관객들은 보다 선명하게 문양을 만나볼 수 있다.

뮤지컬 ‘위키드’의 타임드래곤 세트/사진=에스앤코뮤지컬 ‘위키드’의 타임드래곤 세트/사진=에스앤코


지난 12일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에서는 ‘타임 드래곤’을 빼놓을 수 없다. 타임 드래곤은 무대 상부에 매달려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용 모양의 세트로, 날개 양 끝 간 길이가 12.4m에 달한다.

소형 경비행기 사이즈의 이 대형 세트는 크고 작은 톱니바퀴와 나사가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 형태다. 무대 디자이너인 유진 리가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서 미래를 알려주는 타임 드래곤의 시계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용은 극의 배경인 ‘에메랄드 시티’의 문이 열리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마법이 펼쳐지는 주요 순간마다 김을 뿜으며 꿈틀거린다. 재미있는 것은 이 거대한 타임 드래곤을 움직이는 동력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무대 양옆 2층 높이에 숨어 있는 스태프가 마법의 순간마다 수동으로 줄을 당겨 용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타임 드래곤이 움직일 때 유심히 무대 위를 보면 객석에서도 세트를 조종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위키드 한국어 공연 기획사인 에스앤코에 따르면, 현재 무대에서 사용 중인 세트는 지난 2013년 한국 초연 당시 오리지널 디자인을 따라 제작됐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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