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석 규모 소극장은 전 좌석 매진을 해야 겨우 본전. 한 달에 1,400만 원 가량 적자를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공연 예술 업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연극계는 그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으로 꼽힌다. 연극계 자체가 워낙 경제적 토대가 약한 데다 대한민국 연극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 소극장들의 높은 임대료로 인해 공연을 올리더라도 적자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연극계에 따르면 이미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이 문을 닫은 상황이고 남은 곳마저 상황이 위태로워 언제 연쇄 폐관 행렬이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도대체 대학로 월세가 어느 정도이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좌석 수를 기준으로 100석 규모의 소극장은 평균 보증금 1억에 월세 400만 원 정도이다. 극장은 조명과 음향 장비 등 별도의 시설들이 포함되는 특수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상가 대비 2~3배 높은 임대료가 책정된다. 권리금의 경우 입지와 극장의 상태 등에 따라 1,000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폭넓게 설정된다.
대학로 소극장의 임대료가 처음부터 비쌌던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2004년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이 높은 임대료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4년 서울시는 대학로가 위치한 동숭동, 혜화동, 명륜2가와 4가동, 연건동 등 6개 동 지역의 44만6,569㎡(13만5,087평)를 대학로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소극장을 보호하고 육성해 우리나라 공연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정부는 지원책으로 조세감면을 시행했다. 신축 건물을 올릴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를 50% 감면하고 재산세를 5년간 50% 감면하는 혜택을 부여했다. 또 건물의 용적률은 100% 상향하도록 했다.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로 인해 대학로에 위치한 공연장은 2017년 기준 지구 지정 이전 대비 192%가 늘어났다. 동덕여대, 홍익대, 상명대 등의 대학들과 CJ, 롯데, 대명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대학로에 대거 진출했다. 많아진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늘어나자 자연히 이곳 상권도 활기를 띄었다.
하지만 정책의 본 취지였던 소극장 육성은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소극장 비율은 문화지구 지정 이전 대비 31.6%에서 20%로 약 11%포인트 감소했기 때문이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 땅값은 매년 10% 이상 상승했고 소극장 임대료는 10년 만에 126%가 증가했다.
대학로를 문화 예술의 상징으로 만든 소극장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대학로 임대료가 홍대나 연남동, 강남 등의 번화가보다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워낙 경제적 토대가 약한 소극장들은 이마저도 감당하기 힘들어 대학로를 벗어나 ‘오프 대학로’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오프 대학로’는 소극장들이 이동한 혜화동 북쪽 문화지구 경계 밖, 한성대입구, 문래동, 구로구 등을 일컫는다. 이곳들의 임대료는 대학로 대비 30~60%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공연을 취소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고 막상 공연이 열리더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좌석의 30%만 받을 수 있어 그렇지 않아도 커지고 있던 적자 폭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지난 달 29일 서울연극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 예술단체를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공연계는 치명타를 입었고 제작비 손실과 관객 수입에 대한 막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단체가 떠안고 있다”며 제작비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연 예술 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운영비와 대관료를 지원하는 ‘공연예술특성화극장운영 사업’, ‘공연장 대관료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고, 서울시에서는 ‘코로나 피해 긴급 예술 지원’, 광명시에서는 ‘예술인 창작 공간 임대료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의 실용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극단 배우 A씨는 “유명도가 있는 대형 극단들이 주로 혜택을 받는다"며 “금액이 적더라도 다양한 업계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우 B씨는 “제작비나 인건비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극을 올릴 비용이 없어서 대관료 지원이 사실상 불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업계는 ‘오프 대학로’의 성장을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탈 대학로 현상’을 거스를 수 없다면 새로운 지역에서 공연예술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성북구, 은평구, 관악구, 문래동, 홍대, 서대문구 등의 지역에서 이와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업계는 현재 연극인 복지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연극 활동 중심 단체들을 재편해 대학로를 포함한 극장들의 임대료 문제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지연 인턴기자 jypark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