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도 가중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장애인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장애인 강간 무죄, 형법상 강간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지체·시각장애 3급인 이웃 여성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B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1심은 비장애인을 상대로 한 형법상 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판결 이유로 재판부는 B씨가 지능이 보통 수준이고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 등을 들었다.
2심 역시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야 장애인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폭력 처벌법상 장애인 강간 등 혐의를 적용해 A씨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이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이라며 원심에 비해 해석 범위를 넓게 잡았다. 그러면서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폭력처벌법상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범위와 판단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