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의 국무회의 의결을 하루 앞두고 하나씩 양파 껍질 벗기듯 내용을 공개하는 여당의 생색내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재보궐선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야당은 20조 원에 달하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포퓰리즘이 완성 단계에 달했다고 날을 세웠다.
1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최대 500만 원이 지급되고 이와 별도로 최대 150만 원의 전기 요금 추가 지원이 이뤄진다. 홍 의장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버팀목자금은 업종 금지, 제한, 일반업종에 대해 각각 300만 원, 200만 원, 100만 원을 지급했다”며 “1월 한 달간 계속 금지였던 업종은 500만 원, 업종 금지에서 제한으로 전환된 업종은 400만 원, 계속 제한 업종은 300만 원, 일반업종에서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경우 200만 원, 그냥 일반업종은 100만 원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당정청은 지난달 28일 협의회를 열어 추경 15조 원과 기정 예산 4조 5,000억 원 등 총 19조 5,000억 원 규모의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추경안은 소상공인, 고용 취약 계층 긴급 피해 지원금, 긴급 고용 대책, 방역 대책 등 세 가지 틀로 구성된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마디로 이번 추경은 ‘이낙연표’ 추경이며 이번 대책으로 기존 지원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면서 피해 업종과 계층을 최대한 넓고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한껏 치켜세웠다. 여당은 이틀간 정부 발표 전 4차 지원금 주요 내용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추경 재원과 관련해 홍 의장은 “9조 9,000억 원은 국채 발행으로 마련되고 세계잉여금(2조 6,000억 원), 한국은행 잉여금(8,000억 원), 기금 재원(1조 7,000억 원)으로 확보된다”며 “현재 이번 추경에 관련해 증세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 정책위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답했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증세론에 대해 반박한 셈이다.
아울러 홍 의장은 자영업자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지원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3월 안으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3개월 시행 유예를 둬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도록 계획하고 있는데 공포된 날부터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만약 3월 30일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때부터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부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6개월가량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3월 중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 시기는 10월께가 된다는 의미다.
이미 여당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이슈를 제기해 단맛을 톡톡히 봤던 탓에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선거 때 일반 국민은 10만 원만 돈을 나눠줘도 구속되는데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국채를 발행해 나랏돈을 20조 원씩 돌려도 괜찮은 건가”라며 “문재인식 포퓰리즘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20조 원이면 영세자영업자 상공인 20만 명에게 1억 원씩 무상으로 나눠줄 수 있는 돈”이라며 “국회에서 20조 원 규모의 예산을 철저하게 심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추경안을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4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추경안을 신속히 처리해 3월 하순부터 지원금이 지급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