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적자국채 9.9조발 금리상승...내수위축·기업 비용증가로 이어지나

[2021 1차 추경]

10년물 국고채 금리 8개월 사이 70bp 치솟아

시중금리 또한 들썩거리며 가계 이자부담 증가

'전국민 코로나 위로금' 지급시 국채 발행액 200조 넘어설 듯






정부가 19조5,000억원 규모의 ‘2차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국채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지원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9조9,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채 발행액은 186조3,000억원 규모까지 치솟을 예정이며, 추가경정예산 추가 편성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국채 발행액이 올해 200조원을 가뿐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국채 발행 급증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 각 가계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력 감소로 이어져 내수시장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정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맞춤형 피해지원을 위해 9조9,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연말 예상한 올해 적자국채 발행액은 93조5,000억원이었지만, 이번 정부 방침으로 발행액이 103조4,000억원까지 치솟는다.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국채 발행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 지난해 7월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1.28%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말에는 1.97%까지 치솟았다. 5년만기 국고채 금리 또한 지난해 7월 1.03%에서 지난달말 1.45%까지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채 5년물 금리와 연동돼 있는 보금자리론 금리는 지난해 연 2% 수준에서 올해 2.35%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향후 경기 호조를 기대한 금리 상승이 아닌, 단순 국채 물량 소화를 위한 금리 상승은 각 경제 주체들에게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선 각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연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전년도 말 대비 125조8,000억원 늘었다. 부채 규모는 그대로인 채 대출금리만 1년새 0.5%포인트(50bp) 뛴다고 가정할 경우 각 가계의 이자 부담이 1년새 8조6,000억원 가량 늘어난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두달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내수 시장이 코로나19로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이 같은 금리상승은 내수시장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내수기업 위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자칫 폐업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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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자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기준 국채 이자 부담을 19조3,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향후 국채 추가 발행 및 금리 상승 변수까지 감안하면 이자액 부담이 추가로 증가하게 된다.

이 같은 금리 상승세는 올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민 코로나 위로금’을 언급한 상황인데다 내년 대통령 선거 일정까지 감안하면 추가적인 ‘돈풀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채 발행액은 2년새 2배 이상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국채 발행액은 2018년(97조 4,000억 원)과 2019년(101조 7,000억 원)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응 명목으로 무려 174조5,000억원까지 국채 발행량을 늘렸다. 정부가 지난 연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채 발행액 예상액은 176조4,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국채 발행액이 2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채연구자문단’ 첫 회의를 개최하며 국채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치권의 계속되는 확장재정 압박에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출범한 국채연구자문단은 애초 목표로 했던 국채전담연구원 대비 인력이나 규모가 줄어든 만큼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글로벌 경제상황이라든지 국채 수요 요건 등을 감안할 때 정부는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국내금리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 시장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향후 시장변동성이 확대되면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고 시기별·연물별 발행량을 분산함으로써 시장변동성을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채시장 흐름을 좌우할 열쇠는 한국은행이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을 앞둔 지난달 26일 “올 상반기 중 5조∼7조 원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기획재정부와 보조를 맞춘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자 국채 11조원을 매입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부채를 한은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떠 안을 경우 화폐 가치 하락, 인플레이션,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에서 중앙은행 발권력을 동원해 재정을 확대하는 정책은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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