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수년간 미국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줄 대단히 인상적인 성과를 거뒀다. 임기 초반 최대 치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의 대전환이다. 새 행정부는 출범 후 450개 이상의 백신 접종 센터를 새로 설치하거나 확대했고 바이든 취임 당시보다 세 배나 늘어난 하루 200만 회 접종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앞으로 3개월 동안 미국 성인 인구 모두가 접종받기에 충분한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영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크게 앞섰다는 얘기다.
미국은 지금까지 총 8,000만 회분의 백신을 투여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3,500만 회분, 중국은 5,000만 회분을 투여하는 데 그쳤다. 또 전체 미국인의 15%가 최소한 한 차례 이상 접종을 받았다. 이 역시 중국의 다섯 배에 달한다. 바이든은 미국 정부가 또다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와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백신 제조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한 점은 인정받아야 한다. 기적에 가까운 속도로 예방 효과가 높은 백신을 개발한 민간 제약사들 역시 칭찬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코로나19 대응 책임을 대부분 주 정부에 떠넘겼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 봉쇄의 부담은 주지사들의 몫, 경제 회복의 공로는 우리들의 몫’이라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두 번째는 공화당의 과거 전력과 관계가 있다. 오래전부터 연방 정부를 무능한 집단으로 매도해온 공화당은 민간 부문이 정부보다 뛰어난 일처리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팬데믹 초기 트럼프가 여러 민간 업체들을 나열한 후 “앞으로 이들이 코로나와 관련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검진 센터를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초기 대응책 가운데 실제로 시행된 것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코로나19 접근법을 바꾸기로 결심한 바이든은 새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200쪽 분량의 팬데믹 대응 전략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접종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보유한 권한과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 있다. 수백만 회 분량의 백신을 추가로 주문하고, 전시물자생산법을 이용해 백신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백신 접종 센터를 지원하며, 백신을 약국에 직접 공급함으로써 전국 차원의 새로운 접종 센터 체계를 형성하는 방안을 포함한다.
그 결과 백신의 공급·생산 및 접종이 크게 늘고 머지않아 하루 300만 명이 접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운영은 간단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부는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데 최적화된 조직이 아니라 폭정 방지에 초점을 맞춰 고안된 정치 시스템이다. 국가권력은 견제와 분리, 공유를 원칙으로 한다. 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에너지와 창의력,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요구된다. 백악관의 코로나19 지휘부는 막강하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2014~2015년 에볼라 대책을 조율한 바 있는 론 클레인은 탁월한 정책 집행 능력이 돋보인다. 바이든을 보좌해 코로나19 정책을 정비하는 제프리 자이언츠는 민간 기업과 공공 분야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연방 정부에는 놀랄 만큼 유능한 관리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의 경우 기적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직원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들을 지도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유능한 컨설팅 그룹에 정부 일을 맡기는 건 답이 아니다. 정부의 존재 가치를 믿는 사람들의 일차적 과제는 정부가 일하게끔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연방 관료 시스템을 제대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대통령의 직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대통령은 리얼리티 TV 쇼이고 정치는 일련의 상징적 행위다. 그러나 베트남전쟁과 워터게이트, 그리고 ‘위대한 사회’의 일부 과도한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연방 정부의 역할을 더욱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견해가 불거졌다. 이에 대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첫 취임사에서 “정부는 우리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우리에게 레이건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인간을 달에 보내고 인터넷을 만든 주체는 정부였다. 오늘날의 세계는 제대로 이끌고 관리하는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를 한가득 안고 있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