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엥겔계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생활에 꼭 필요한 소비만 한 것이다. 엥겔계수 상승은 주로 후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 지출이 국내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9%로 2019년(11.4%)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 식료품비 지출 비중은 엥겔계수로도 불리는데 소득이 늘어날수록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가계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식비 뿐 아니라 주거 관련 지출 비중도 크게 늘었다. 가계 지출에서 임대료 및 수도광열 지출 비중을 말하는 슈바베계수는 2019년 17.6%에서 지난해 18.7%로 1.1%포인트 증가했다. 이 역시 2006년(18.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 비중은 5.2%로 전년 대비 0.9%포인트나 급락하면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의류·신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경제위기 국면에서 미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고 가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소득은 0.4% 늘었는데 소비지출은 3.4%나 감소하는 등 과도한 소비 위축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 소비 행태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지면서 필수 소비 비중인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를 높였다.
엥겔계수는 식료품 물가 상승 영향도 받았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4.4%로 급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과 함께 식료품 수입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슈바베계수는 주택매매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전월세 비용 상승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가계 실질 소득 확충을 위해 재정정책의 경기안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주택 공급 확대와 저가 주택임대 시장 활성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