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역대 최대치인 8,000억원 가량을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인 전영현 사장 부임 이후 배터리 분야 초격차 확보를 위해 R&D 투자를 대폭 확대한 영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8,083억원을 투자했다. 전 사장 부임 이듬해인 지난 2018년 6,048억원, 2019년 7,126억원으로 늘더니 처음으로 8,0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도 2018년 6.6%에서 2019년 7.1%로 늘었고, 지난해는 7.2%까지 확대됐다. 회사 관계자는 “눈앞에 다가온 전기차 시대를 예견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씨앗으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SDI의 R&D 투자는 고용량 하이니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이 88% 이상인 하이니켈 기술을 통해 주행거리를 대폭 늘리는 기술에 집중 투자했다. 5세대 전기차 배터리인데, 올 하반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희소금속이라 가격이 비싼 코발트 비중을 낮출 수 있어 전체적인 배터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주요 투자 내역이 주로 현재 전기차 보급 걸림돌로 지목되는 주행거리, 충전 속도, 가격 등과 연관돼 있다”면서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R&D에 집중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리더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R&D 투자 확대에는 압도적 기술력을 통한 초격차 확보를 중시하는 전 사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장 출신으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