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첫 트랜스젠더 뉴스 앵커의 '피·땀·눈물'

이슬람국가 방글라데시의 첫 트랜스젠더 뉴스 앵커가 탄생했다. 9일 다카트리뷴 등 방글라데시 언론과 외신은 트랜스젠더 타슈누바 아난 시시르(29)가 전날 민영 보이샤키 TV에서 3분짜리 뉴스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에서 트랜스젠더 앵커가 뉴스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시르는 진행을 마친 후 동료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간 여러 채널의 오디션을 봤는데 보이샤키 TV가 용기 있게 나를 받아줬다"고 밝혔다.

시시르는 "트랜스젠더 누구도 고통받지 않으며 비참한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들도 자신만의 기술을 통해 직업을 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했다.



보이샤키 TV의 대변인 줄피카르 알리 마니크는 "일부 시청자의 반발 위험에도 불구하고 시시르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녀의 데뷔는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트랜스젠더는 10만 명에서 많게는 1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는 보수적인 문화 속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구걸이나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시르도 행동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비난과 따돌림 등에 시달리다가 가출했다. 이후 수도 다카 등에서 호르몬 치료와 직업 교육을 병행하며 연극배우, 인권운동가 등으로도 활동했다. 1월부터는 다카의 한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중 보건 분야 석사 과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