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라면의 원조인 삼양식품은 1980년대 재계 순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국내 대표 식품회사로 통했다. 하지만 농심의 반격에 이은 우지 파동으로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20여년이 삼양식품에는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불닭 볶음면. 2012년 4월 불닭 볶음면이 국내 시장에 출시되면서 ‘매운 라면’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2012년 75억원에 불과했던 불닭 볶음면 매출은 2019년 3,40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불닭 볶음면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불닭 볶음면 하나로 지난해 누적 4,1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제품의 메가 히트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매출 역시 2015년 2,908억원에서 지난해 6,500억원(추정치)를 웃돌며 5년 새 2배로 성장했다.
외형 성장에 탄력을 받은 삼양식품이 경영진 재편에 나선다. 이사회를 재정비하는 등 내부 전열을 가다 듬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각오로 해석된다.
삼양식품은 9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회 산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이같이 재정비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이사회와 경영진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다. 사외이사는 기존 1명에서 4명으로 늘려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홍철규 중앙대 교수, 정무식 변호사, 이희수 회계법인 예교지성 대표, 강소엽 HSG 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연구소장이 선정됐다.
ESG위원회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한 지속가능 경영전략을 수립·평가하는 의사결정기구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김정수 총괄사장이 맡는다.
삼양식품의 ‘재기'를 이끈 불닭 볶으면은 김정수 사장이 서울 명동 거리에서 매운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인파를 본후 직접 기획에 뛰어들어 만들어낸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심하게 매운 맛에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업계의 전망이 무색하게 광고 한번 없이 오로지 입소문 만으로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소비자들이 유튜브에 올린 먹방 동영상 갯수만 1,000만개에 달한다. 특히 해외에서 대박이 났다. 지난해 불닭 브랜드 매출 4,100억원 중 해외가 3,100억원, 국내가 1,000억원으로 수출이 내수 시장의 3배에 달했다. 불닭 볶음면의 인기가 삼양라면과 맛있는라면에 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공장 증설을 통한 생산량 증대로 성장의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수출 전진 기지가 될 밀양 공장이 내년 8월께 완공된다. 밀양 공장이 완공되면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원주·익산공장의 12억 개에서 18억 개로 대폭 늘어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외형성장을 이룬데다 내년 8월 밀양 공장이 완공되면 외형성장은 더 속도가 붙을 예정인 가운데 이에 걸맞은 내실 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조치”라며 “매출이 커지는 만큼 내부 조직을 강화해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