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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모 "손가락마다 남은 絃의 흔적… 나만의 방향성 찾고 싶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현의 유전학' 앨범 발매

1집엔 '콩쿠르 우승자' 담았다면

2집에는 '연주자 양인모' 녹여내

작곡·다른 악기와 협업 등 실험

13일 예술의전당서 기념 리사이틀





“나만의 방향성을 찾고 싶었다.”



참 많은 게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2집 앨범 ‘현의 유전학’으로 돌아온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지난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따낸 후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파가니니’ 또는 ‘인모니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06년 이후 두 번의 대회가 열리는 동인(3년 마다 개최) 어떤 참가자에게도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던 콩쿠르에서 9년 만에 탄생한 우승자가 감당해야 할 관심이고, 영광의 무게였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앨범에서 그는 ‘연주자 양인모’의 색깔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다. 첫 번째 앨범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가 콩쿠르 우승자로서의 선언이었다면 이번 2집에서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과 방향을 녹여냈다.



앨범의 화두는 현(絃)이다. 양인모는 지난 9일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파가니니 앨범 이후 나만의 방향성을 찾고 싶었다”며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현이라는, 내게 가장 가까운 물질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손가락 곳곳에 남은 현의 흔적은 그 자체로 연주자 양인모 인생의 궤적이다. 그는 탄성과 긴장감이라는 현의 속성을 우주라는 인류의 역사에 대입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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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음반의 첫 곡은 중세시대 독일의 대 수녀원장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성령의 불꽃’이다. 엄밀히 말하면 여기에 양인모의 작곡이 더해진 창작곡이다. 원곡에 없던 바이올린 파트를 그가 직접 작곡했다. 그는 “인간이 현(줄)을 처음 쓴 게 불을 지피면서였다”며 “그 마찰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앨범 첫 트랙으로 불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불에 대한 작품을 연구하느라 그가 찾아 본 관련 논문만 20편이 넘는다. 곡의 처음 4분은 소프라노 임선혜의 목소리와 함께, 나머지 4~5분은 솔로 즉흥 연주로 채웠다. 그는 “현에 대한 앨범이지만, 모든 악기는 인간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기에게 임선혜의 목소리로 앨범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실험이 돋보인다. 라벨의 ‘치간느’에서 즉흥성이 특징인 헝가리 집시 음악을 바이올린과 하프로 편성하는가 하면 아르칸젤로 코렐리의 바이올린 소나타 ‘라폴리아’에서는 하프시코드에 바로크 첼로, 바로크 현을 사용해 바로크 시대의 스타일을 구현했다. 임선혜 외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기타리스트 박종호 등이 참여해 색다른 협업을 완성했다.

‘찾고 싶다’던 연주자로서의 방향성이 얼마나 눈에 들어왔을까. 양인모는 “클래식이 하나의 음악 장르나 시대의 표현을 넘어 성격과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게 중요하다”며 “더 많은 시도를 통해 완성도 있는 음악을 청중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에는 피아니스트 홍사헌과 기타리스트 박종호가 함께 한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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