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또 勞 환심사기…파업 손배 면책에 구조조정도 쟁의 대상 포함

[親노동 법안 쏟아내는 與…사용자 책임 강화 법안 추가 발의]

노사관계 평행선 달리는데…되레 강성투쟁 정당화

사용자는 대체근로·부당노동행위 신설 요구할 듯

전문가 "ILO 핵심협약 갈등 예고편…중지 모아야"

이동근(왼쪽)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4일 취임 인사차 한국노총을 찾아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이동근(왼쪽)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4일 취임 인사차 한국노총을 찾아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의 시행일은 오는 7월 6일이다.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에 따른 노사 관계의 변화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개정 노조법이 노사 관계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쟁의행위 요건 확대, 민사상 손해배상 면책, 부당 노동 행위 입증 주체 전환 등 경영계를 압박하는 새로운 노조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노사가 대립할 때 관리 및 조율을 맡아야 할 집권 여당이 오히려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권익 높이면 사용자가 가만히 있을 리 없어=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의 임종성·이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은 노조의 실익을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대항권 추가 확보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우선 임 의원 안에서 쟁의행위의 요건이 ‘노사 간 의견 불일치’로 확대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되면 인사, 인수합병, 구조 조정 등 그동안 쟁의행위의 요건이 되지 않았던 경영 판단 영역과 관련해서도 파업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경영계로서는 쟁의행위 때 대체 인력 투입을 대항권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임 의원 안과 비슷한 강병원 민주당 의원 개정안(지난해 6월 발의)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의 불법행위로 기업들이 연간 청구하는 손해배상액이 1,867억 원을 초과하는데 이를 청구할 수 없다면 사용자는 일방적으로 모든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부당 노동 행위 입증 주체 전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지난해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 노동 행위 구제 신청 인정률이 4.9%라는 점은 ‘노조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쟁의행위를 막기 위한 사용자의 행동에 노조가 부당 노동 행위로 시비를 걸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조가 파업을 준비할 때 회사 측에서 ‘현재 경영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자제해달라’며 설명회를 개최하는 경우 노조가 ‘부당 노동 행위’라며 구제 신청이나 소송을 걸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영계는 ‘노조의 부당 노동 행위를 신설해달라’고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당 노동 행위 주체를 사용자로만 보기 때문에 특정 노조가 다른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근로자에게 금품을 주거나 노조가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는 행위 등은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당시 두 가지의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해고자·실직자 노조 가입 앞두고 있는데…또 다른 불똥 우려=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으로 새로운 노사 관계를 조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형국이다. 해고자·실직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은 그동안 노사 갈등이 첨예했던 사업장의 부담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해고·실직 이후 다른 직장을 구했다면 전 직장의 노조로 돌아올 리 없다. 결국 전 직장의 노조에 가입할 사람이라면 산별 노조, 노동조합총연맹의 간부일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가 ‘해고·실직자의 기업별 노조 복귀는 복직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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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 편향적’인 법안이 속속 발의되자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피로감이 역력하다. 이 같은 법안이 현장 노사 관계를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조법이 ILO의 정신을 못 담고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며 “핵심 협약의 해석을 두고 벌어질 갈등을 보여주는 예고편으로, 국제법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만큼 해석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낙연(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낙연(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등만 조장하는 여당…노사 관계 발전 의지 있나=쟁의행위 요건 추가, 부당 노동 행위 입증 책임 전환은 모두 ‘이미 노동조합이 조직된 근로자’를 위한 제도 개선안이다. 하지만 올해 노동계의 관심사는 ‘노조법에서 사용자는 누구냐’라는 사용자성(性)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의 단결권이 인정되고 있지만 다양한 사용자와 위수탁 관계를 체결한 경우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대상이 누구인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화두가 ‘근로계약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노동권과 사회 안전망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할 여당이 오히려 이미 양대 노총 산하에서 조직된 노조와 그들의 권익에 치중하고 있는 셈이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전 노사정위 상임위원)는 “민주당 의원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인 만큼 이번 개정안들을 지지 그룹에 대한 보여주기 식으로 발의했다”며 “학계 논의가 축적된 사항도 아니라 법 통과는 회의적으로 보지만 노사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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