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여행의 이유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다 보니 사무실에 오는 손님들로부터 “영종도로 건너오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공항으로 오는 길에 해외 여행을 떠나던 느낌이 되살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여행은 우리를 설레게 하는데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혀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말한 것처럼 기대감, 이국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 거대한 자연에서 느끼는 숭고함, 예술품 감상, 내적 성찰 등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고도 다양하다. 동기가 어떻든 여행에서 얻는 행복감과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 교통 업계의 사명이자 존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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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세계사적 측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문명과 기술 면에서 앞서가던 동양이 서양에 역전당하기 시작한 것이 산업혁명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필자는 그 이전의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다. 엔리케 왕자의 서아프리카 탐험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마젤란의 세계 일주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새롭고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것들을 찾아 세계를 누볐다. 토머스 쿡 목사가 세계 최초의 여행사를 창립한 것이 1841년이니 탐험가가 아닌 일반인이 볼거리를 찾아 세상에 나아간 것도 180년이 됐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이 모여 문화와 기술이 됐으며 경제적 번영과 문화적 풍성함의 기반이 됐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쇄국으로 세계사의 흐름에 뒤처지고 발전하지 못하다가 외세에 의해 개방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개방된 나라가 발전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그후 수많은 국민이 해외로 다니면서 새로운 문물과 제도를 접한 것이 우리나라가 정치·경제·문화 면에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바탕이 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해외 여행을 한 국민은 2,890만 명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국인은 1,788만 명이다. 입국하지 않고 인천국제공항에 내렸다가 환승해서 다른 나라로 간 여객도 419만 명에 이른다. 이 정도면 세계적인 개방 국가라 할 수 있다. 다만 선진 문물을 보고 배우던 시대에서 벗어나 세계를 이끄는 국가가 되려면 보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보고 즐기기 위해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관광지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공항 경제권을 조성해 400만 명이 넘는 공항 환승객이 잠시라도 입국해서 관광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나면 국제공항과 항만들도 다시 북적이게 될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우리 국민보다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배우고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날을 기대해 본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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