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박철완 상무가 11일 “기업은 오너 일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현 이사회는 부적절한 투자 결정을 걸러내고 경영진의 배임을 막는 등 경영권을 견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 등 현 경영진과 이사진을 향해 공개적으로 날을 세운 것이다.
박 상무는 이날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서 이같이 주장했다. 박 상무는 배당 확대와 이사진 교체 등을 주주 제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돼 회사 측이 낸 안건과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박 상무는 그간 ‘삼촌에 반기를 든 조카’라는 세간의 시선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주주 제안은 가족 간 분쟁이나 조카의 난이 아니다”라며 “조직 구성원의 한 사람, 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주주 제안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박 회장(6.7%)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7.2%)보다 많다. 박 상무는 “저는 비운의 오너 일가도 아니고 삼촌과 분쟁하는 조카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조직 구성원이자 최대주주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금호석화의 도약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상무는 2025년까지 현재 7조 원 규모인 시가총액을 20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유망 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사회 이사진을 교체해 투명한 거버넌스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만약 이사회에 진입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금호리조트 인수를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회사인 금호석화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고 무엇보다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금호석화는 지난달 23일 금호리조트를 2,554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박 상무는 주총 표 대결에서 자신의 편에 설 ‘우군’을 얼마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현 단계에서 우군을 얼마 확보했는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회사의 장기 발전에 도움이 되고 지배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