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에 파견된 검사의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2일 해당 사건의 검찰 재이첩을 결정했지만 법무부가 수사 검사 인력을 줄이면서 ‘수사를 막고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 인력 수를 줄인 것은 사실상 수사를 방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에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2명에 대해 직무 대리 연장을 불승인했다. 직무대리는 파견과 유사한 개념으로 통상 검찰에서 수사 증원의 일환으로 쓰인다. 김경목(사법연수원 38기) 부산지검 검사의 경우 이규원 검사 수사를 담당했던 인물로 법무부는 최근 직무대리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임세진 검사(사시 34기)는 직무대리 기간이 14일까지이나 법무부는 이미 직무대리 연장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수사를 담당한 검사에 대해서는 기간 도래 전에 이미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통상 파견과 비슷한 의미의 직무대리 연장을 승인하지 않는 건 수사가 막바지 때나 한다”며 “사건 수사를 재이첩할 때에 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검사들이 원래 근무했던 지검이나 지청에 업무 과다를 이유로 제시할 수 있지만, 수사 진행 과정만 봐서는 이해할 수 없다”며 “수사가 한창 진행할 시기에 검사들을 원대복귀시키는 만큼 수사 방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두 검사에 대한 직무대리 연장 불승인이 기간의 차이는 있으나 공수처 재이첩 결정 시기에 나온 터라 “사실상 수사팀 해체하려는 시도”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수사팀 구성이 완료되지 않는 등 여건상 직접 수사가 어렵다며 검찰 재이첩을 결정한 만큼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공이 검찰로 다시 넘어오면서 멈췄던 수사에 다소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무마·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이 지검장이 검찰 소환 요구에 사실상 불응했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달 세 차례나 이 지검장에 대해 소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같은 달 26일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과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는 주장이 담긴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국 법무부가 수사 검사의 직무대리 기간 연장을 반대하면서 검찰총장 공석이 수사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사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외압 등을 막아줄 ‘바람막이’가 사라지면서 수사에도 쓰나미급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공수처는 이날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진욱 공수처장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한다고 밝혔다. 공수처 설립 취지에 따라 검찰에서 검사를 파견 받는 등 직접 수사를 우선 검토했으나 수사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4조(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3항에 따라 재이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사 임명 때까지 현 수사팀에서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는 게 수사 공백이 없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가 구성 안 된 상황에서 사건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공정성 논란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며 “수사처가 구성되는 3~4주 동안 봐주기·뭉개기 등 논란이 나오는 걸 피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수사팀 구성 등 수사에 착수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무마·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지검장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친정부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수사 과정은 물론 결론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인 정치적 풍파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4·7 재보궐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점도 걸림돌로 꼽혔다. 여야가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로 자칫 선거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처장은 지난달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공수처가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을 해 중립성 논란을 자초하는 일은 피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안현덕·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