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안보와 경제 관계가 긴밀한 캐나다는 바이든 시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4년간 캐나다·미국 관계에 불확실성을 가져왔던 요소가 사라졌고 양국 집권당의 정책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시대에 캐나다에 있어 중국과의 관계는 큰 고민거리다. 미국이 요청한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범죄인 인도 청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캐나다는 중국 내 구금된 자국민 2인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상호 축하를 건네야 하는 지난해 10월 캐나다·중국 수교 50주년에 양국 고위 인사들은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지정학적 환경이 다른 캐나다에도 미중 갈등의 영향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레이엄 앨리슨이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경고했듯이 미중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된다면 그 피해는 한국과 캐나다처럼 미중 양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국가들로 확대될 것이다.
캐나다에 주재하는 대사로서 필자는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서 우리에게 캐나다와의 협력이 가져다줄 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된다. 우리와의 협력이 캐나다에도 상응하는 이익을 가져다줄 때 지속 가능한 협력이 가능해진다.
우선 캐나다와 한국은 각각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력한 국가를 이웃에 두고 오랫동안 상대해온 경험이 있다. 캐나다는 국가 형성기부터 영토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로 미국과 외교를 해왔다. 캐나다는 미국 내에 구축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과의 양자 현안에서 진전을 이뤄내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9월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철회를 이끈 일이다.
한국은 중국을 수천 년간 상대해왔다. 지금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비교적 높지만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무역을 확대한 당시에는 무역 다변화의 시도였고 그를 통해 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75%에 달하는 캐나다로서는 참고해볼 만한 사례이다. 또한 이곳에서 만나는 캐나다 인사들이 가장 귀 기울이는 사안 중 하나는 중국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온 우리의 대중 외교 경험이다.
이렇듯 한국과 캐나다는 외교정책 경험을 공유하며 협력의 폭과 깊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지난해 양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포함한 고위 인사 간 소통을 활발히 지속했고 지난달에는 올해 취임한 양국 외교장관이 통화를 갖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12월 한·캐나다 전략 대화에서 양국은 외교·국방(2+2) 협의체 추진도 합의했다.
다른 한편 한국과 캐나다는 국제사회의 규범 기반 질서를 복원하는 데 상호 협력의 공간이 크다. 다자주의 복원,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기치로 내건 미국이 먼저 함께할 파트너는 캐나다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한 첫 외국 정상도 트뤼도 캐나다 총리였다.
캐나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개방형 경제를 지향하는 중견국으로 보건·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서 유사한 입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 등 8개국 정상 공동명의 기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동등한 접근 보장을 강조해 국제적인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릴 P4G 정상 회의 및 유엔 평화 유지 장관 회의와 관련해서도 캐나다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정세의 험난한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와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캐나다는 강대국과의 외교 경험을 나누고 글로벌 이슈에서의 공통된 입장을 바탕으로 협력을 심화하기 좋은 상대이다. 앨리슨이 한·캐나다 관계를 주제로 책을 썼다면 ‘운명적 협력(Destined for Cooperation)’이 제목이 됐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현장에서 한·캐나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착실히 다져나가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