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보험-의료계 갈등으로 번진 '실손보험 적자'

보험사, 코로나에도 적자 지속되자

병원에 '과잉진료 거부' 협약서 요구

의료계 "진료권 침해행위" 거센 반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는데도 실손 의료보험 가입자의 과잉 진료, 의료 쇼핑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보험사가 의료 기관에 과잉 진료를 원천 봉쇄하는 협약서를 요구하면서 실손 의료보험 손해율 악화가 보험사와 의료계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A보험사는 병원에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과다하게 산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행 협약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병원에 요구한 협약서에는 병원이 통원 및 입원 환자에 진료비를 산정할 때 부당한 요양 급여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진료 기록, 진료비 세부 내역, 영수증 등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작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해 건전한 보험 문화를 조성하는 데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점도 명시했다.



당장 의료계에서는 진료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이 거세다. 일부 의사들은 실손 보험을 잘못 설계한 책임을 의료 기관에 전가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발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도 보험사가 협약서를 요구한 것은 실손 보험 손해율이 매년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협약서에 서명을 요구한다고 해서 서명하는 의사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그동안 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의료 기관에 보험사가 협조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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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에도 과잉 진료로 인한 실손 보험금 청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백내장과 관련한 실손 지급 보험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손해보험사 5곳의 백내장 관련 실손 지급 보험금은 56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3.6% 뛰었다. 그동안 비급여 항목이었던 백내장 수술 검사비가 지난해 9월부터 급여화됐지만 오히려 백내장 관련 건당 청구 금액은 증가한 보험사도 있었다. 병원에서 불필요한 환자에도 수술을 권하거나 줄어든 검사비 대신 다초점 렌즈 가격을 올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른 피해는 실손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와 일반 가입자의 몫이다. 지난해 상반기 실손 보험의 위험 손해율은 131.7%를 기록했다. 위험 손해율이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 운영비를 제외한 ‘위험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의 비율이다. 3년 전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뛰었다. 또 올해 손해보험 주요 4사의 실손 보험 인상률은 상품 유형에 따라 평균 11.9~19.6%에 이른다.

이에 금융 당국에서도 오는 7월 4세대 실손 보험 출시를 통해 손해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나 업계에서는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치료비를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청구액에 따라 보험료를 할증하는 구조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실손 보험 가입자의 4명 중 1명은 옛 실손 보험 상품을 가입하는 등 이미 대부분이 기존 상품에 가입된 상황”이라며 “자동차 보험은 코로나19로 이용이 줄어 적자 규모가 줄었다는데 실손 보험은 계속 적자”라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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