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오는 11월 총파업 투쟁을 선언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노정 교섭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의 자리를 박차고 나간 민주노총이 이제는 경영계를 배제한 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미다.
15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양극화되는 사회를 바로잡겠다”며 5대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조직적 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이날 요구한 5대 핵심 의제는 △재난 시기 모든 해고 금지와 고용 위기에 처한 기간산업 국유화 △소득 감소 등을 겪는 가구에 대한 재난 생계소득 지급 △공공 부문 정규직화의 온전한 이행과 민간 부문 확산을 통한 비정규직 철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기준에 따른 노동법 전면 개정 △국방 예산 삭감과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화 등이다. 민주노총이 핵심 의제와 함께 발표한 요구안에는 국내 주택의 50%를 국유화해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노정 교섭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노정 교섭이 타결되면 총파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노정 교섭은 모든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책임지는 구조여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답하고 직접 자리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취임한 양 위원장은 대화보다는 투쟁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정 교섭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민주노총이 예고한 총파업까지 아직 7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경영계를 배제하고 정부와 직접 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11월 파업을 지금 얘기한다는 것은 파업보다는 정부에 대한 요구로 봐야 한다”며 “다만 정부가 정권 탄생에 기여한 민주노총에 대해 달래기에 나설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요구안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 갈등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이 11월 총파업을 강행하더라도 실질적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무릅쓰고 총파업을 진행했지만 참여율은 전체 조합원 대비 3%에 그쳤다. 이를 의식한 듯 양 위원장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만들겠다”며 “국민이 지지하는 총파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