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적폐 탓’ 돌린 文, 인식 전환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정부는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 및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에 대해 “불공정의 뿌리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부동산 적폐 청산이) 촛불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했다. ‘적폐 청산’을 거듭 외친 것은 총체적 부동산 대란에 대해 현 정권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 정권에 책임을 돌린 셈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좀스럽다”는 말로 자신의 사저 문제를 비판한 야당을 책망한 데 이어 이날 “정치권은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며 또 야당을 탓했다.



다수 국민들은 투기 의혹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사과뿐 아니라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12~13일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결과 투기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61.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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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 차단을 위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과 함께 불법 투기를 감독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면서 25차례나 대책을 내놓고도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의 집값 상승률을 초래한 정부라면 먼저 잘못된 정책에 대해 사과한 뒤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이제 야당 탓을 그만하고, 부동산 시장의 공정성 붕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검찰에 이번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국민의 분노를 진정시킬 수 없다. 공공 개발과 규제에만 집착하는 반(反) 시장 정책도 접어야 한다. ‘적폐 탓’으로 돌리는 대통령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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