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 급등하면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처음부터 부실하게 조사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사원들에게 과도한 물량이 배정되면서 제대로 된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들은 공시가격 전면 재조사를 건의하는 등 공시가격을 둘러싼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20년도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520명으로 파악됐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에 투입된 인원 1인당 맡겨진 공동주택은 845개 동이다. 지난해 가격이 공시된 전국 공동주택이 총 1,382만 9,981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조사원 한 명이 무려 2만 6,500가구가 넘는 주택을 담당한 것으로 집계된다. 공동주택은 단독주택과 달리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서 직접 전수조사해 가격을 정한다.
올해 공시가격 역시 조사 인원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사 대상 공동주택은 지난 2020년 1,382만 가구에서 2021년 1,420만 가구로 2.7% 늘어났다. 이로 미뤄볼 때 1인당 조사 대상 공동주택은 지난해보다 줄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보유세·건강보험료 등 60여 가지의 행정·조세에 활용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단순히 세금 증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조사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는 현재 60여 행정·조세 외에 청약 등 여러 분야에서 공시가격을 활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정 과정에서의 전문성이 중요한데 현재는 전문성이 없는 인원이 조사 업무에 투입되다 보니 같은 단지에서도 공시가격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생긴다”며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서 공시가격을 조사하는 등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